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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가수 이미자씨의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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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초로의 어머니들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과거에 젖어든다. 지금은 주름과 거친 손등으로 세월을 대변하지만 당신들도 19살 첫사랑 순정이 있었다는 것을 항변해 주는 듯하다. 억척 어머니들을 한순간에 19살 수줍은 소녀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이 노래가 이미자의 ‘열아홉 순정’(반야월 작사.나화랑 작곡)이다.
이미자는 1989년 데뷔 30주년부터 5년마다 기념공연을 해왔다. 올해는 데뷔 5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기념공연을 가졌다. 올드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위해 추석 연휴인 10월 3~4일 이틀간 서울 앙코르 공연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갖는다. ‘부모님께 드리는, 세상과 함께 부른 나의 노래’라는 공연 부제처럼 국민들과 함께 한 50년 인생을 노래한다. 50인조 오케스트라도 함께 무대를 꾸민다. 후배가수 주현미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김동건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는다.
50년을 한결같은 목소리로 한국인의 애환과 정서를 노래한 가수 이미자. ‘국민가수’ ‘엘레지의 여왕’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가수’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발표 곡 2069곡, 음반 560장으로 1990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자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두 살 때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고 얼마 뒤 어머니마저 집을 나갔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중 아홉 살에 6.25 전쟁이 터졌다. 피난 간 충남 예산에서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서울로 돌아와 친척이 빌려준 단칸방에서 힘겨운 살림을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동네에서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제가 유랑극단이나 기차간에서 노래로 품팔이를 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에요. 주위에서 받은 칭찬 덕분에 가수를 꿈꾸게 됐고 결국 한 TV방송 노래자랑까지 나간 거예요.”
이미자는 1958년 대회에서 1등을 한 후 작곡가 나화랑에게 스카우트되면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그 때 나이 19살, 데뷔곡 ‘열아홉 순정’을 발표한다. 애절하고 구성진 목소리로 주목받은 그는 ‘동백아가씨’(한산도 작사.백영호 작곡)를 발표, 톱 가수로 발돋움하게 된다.
“백영호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그 곡을 받았을 때, 영화 주제가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어요. 그 노래가 오늘날까지 노래를 부르도록 제 운명을 결정짓게 될 줄은 전혀 몰랐죠.”
동백아가씨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얼마나 주문이 몰려드는지, 찍고 또 찍어도 판이 모자랐다고 한다. 대략 일 년 만에 10만 장이 팔렸는데 요즘의 밀리언셀러에 해당하는 엄청난 판매량이었다. 그 후 평생의 콤비였던 작곡가 박춘석을 만나 ‘흑산도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등을 발표했다. 영화 주제가, 드라마 주제가 등 취입곡마다 대성공을 거두었다. ‘황혼의 블루스’ ‘아네모네’ ‘그리움은 가슴마다’ ‘타국에서’ ‘황포돛대’ ‘여로’ ‘아씨’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인기곡들이 쏟아졌다.
이미자가 3대 히트곡으로 뽑는 노래는 동백아가씨와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아빠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세곡은 모든 발표된 지 몇 년 만에 방송 금지곡으로 묶였다. 5.16군사정권의 고루한 대중문화 시각과 업계의 시기심이 맞물린 결과다. 당시 몇몇 음반사들은 관계 기간에 ‘이미자의 노래는 왜색’이라거나 ‘경제 개발 분위기에 역행하는 비탄조 노래’라는 비방 투서를 했다고 한다. 히트곡마다 줄줄이 금지곡이 되자 “더 이상 노래하지 말라는 뜻이구나 싶었다”며 그때의 힘든 심경을 털어 놓았다.
그 후 그는 남몰래 해금 투쟁을 벌였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청와대에 갈 때마다 금지곡들을 부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들은 이 노래들이 금지곡인지도 모르는 듯했다고 한다. 이 세곡은 결국 1987년이 되어서야 결국 풀려났다.
이번 공연에서는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황포돗대’ ‘울어라 열풍아’ 등 그의 히트곡과 ‘노래는 나의 인생’ ‘옛날사람’ ‘내 노래 40년’ 등 5년마다 발표한 기념음반에 수록된 신곡들과 50주년 신곡 ‘내 삶의 이유있음은’ 등도 들려준다. ‘황성옛터’ ‘번지 없는 주막’ ‘타향살이’ 등 전통가요들도 함께 부른다. 서울 앙코르공연 이후에는 마산.부산.진주.인천.의정부.울산.성남 공연이 이어진다. 입장권: 4만~15만원. 문의:1566-2505
아주경제= 이정아 기자 ljapcc@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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