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9월 발생한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세계금융시장에서 극심한 자금경색을 불러와 미국 등 선진국 실물경제를 공항 직전까지 몰고 간 사건이다.
이후 미국정부는 AIG, 씨티그룹 등에 대한 구제금융, 페니메와 프레디멕의 국유화를 통한 주택금융시스템의 안정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과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도했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또 지난 2008년 11월 워싱턴에서 가진 첫 회합에 이어 올해 4월 런던, 그리고 지난 주 피츠버그에서 회동한 G20 미팅은 경기촉진 방안 및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정책, 출구전략에 있어서 국제공조를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협의체로 부상했다.
특히 내년 11월 예정된 5차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아 금융위기 수습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 있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됐다.
2007~2008년 금융위기 전개과정에 있어서 리먼사태는 세계금융시장을 강타한 두 번째 강진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충격파는 리먼사태가 일어나기 약 1년 전, 서브프라임 및 알트에이(Alt-A)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모기지유동화상품과 관련해 대규모 신용등급 하락 신용경색에서 시작됐다.
그 여파는 모기지 유동화상품 발행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담보부어음(ABCP)의 발행잔액이 지난 2007년 9월 이후 수개월 만에 약 60% 가량 급락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때의 충격은 주로 미국 모기지시장과 이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몇몇 투자은행으로 한정돼 있었다.
이로부터 1년 뒤 리먼브러더스의 도산과 함께 찾아온 2차 충격은 담보가 없는 일반어음 시장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졌고 그 여파는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됐다.
지난 1년간 위 두 차례의 충격파를 만들어낸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학계와 국제기구에서 다양한 이론을 제기해 왔다.
또 앞으로도 이에 대한 많은 후속연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기된 여러 원인들 중 주원인과 종속원인을 나눠 정리하는 것이 향후 제도개선과 정책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
먼저, 이번 사태의 가장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제공은 2002~2005년간 미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정책과 이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과열에 있다.
같은 기간 중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Fed Fund Rate)는 인플레이션 성장률보다 낮은 네거티브 이자율을 기록했고, 장·단기 국채금리의 차이도 2.5~3%의 높은 스프레드를 지속적으로 나타냈다.
따라서 투자은행 및 기관투자자 등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들은 어음시장에서의 단기 자금조달을 통해 모기지유동화상품과 같은 장기채권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와 같이 장기간 지속되던 ‘단기차입->장기투자’의 관행은 2005년 후반 단기 정책금리의 급상승과 함께 중단됐고, 이후 2006년 중반부터 미국 및 유럽국가들의 주택가격에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대형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 악화와 거시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이처럼 미국 실질정책금리가 2~3년간 네거티브 상태에 있었던 경우는 지난 30여년 동안 단 한차례 있었다.
즉,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로 인한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저금리정책이 장기간 실행된 적이 있고, 당시 미국의 주택가격은 같은 기간 중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2000년대 초저금리 상황은 1990년대 말부터 지속돼온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중앙은행의 팽창통화정책으로 인해 더욱 과열양상을 보였고, 현재 보는 바와 같이 3년 이상 지속되는 거품붕괴로 이어졌다.
이같은 과정에서 유동화제도의 역할과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정착된 모기지유동화제도는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자본시장으로부터 대량의 자금조달을 가능케 했고, 이어 주택시장 버블형성에 일조했다.
그러나 이는 제도적인 도구로만 사용됐다고 볼 수 있어, 금융위기를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이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유동화과정의 다양한 모럴헤저드는 향후 개선돼야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정책처방은 자산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 있는 ‘역순환적(counter-cyclical)’ 정책도구를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 현재 학계에서는 ‘동적 자기자본 규제’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새로운 금융규제정책에 대한 연구와 실행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내년 G20회의 개최를 계기로 금융리스크 관리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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