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쌍용차에 대한 여섯 가지 기억

#1. 쌍용자동차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집 앞에서 본 ‘코란도’였다. 1980년대 중반, 유치원을 다닐 즈음이었던 기자는 미군을 연상시키는 ‘지프 차’를 보고 한동안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다. 현존하는 국산 최초 지프인 코란도(KORANDO)의 의미가 ‘한국인도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았다.

#2. 두 번째 기억은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던 20대 초의 기자는 쌍용차가 대우그룹에 인수되고, 다시 3년 후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갔다는 복잡한 사실은 몰랐다. 다만 당시 쌍용차가 망했다는 것과 얼마 후 ‘무쏘 신화’와 함께 다시 살아났다고 이해했을 뿐이다.

#3. 세 번째 기억은 평택공장에서 노사간 대치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7월 말이다. 산업부로 발령받자마자 평택으로 간 기자는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검은 연기가 치솟는 공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전후사정도 모르고 사진을 찍다 ‘프락치’로 몰리기도 했다.

#4. 네 번째는 77일간의 파업을 마치고 회생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유일ㆍ박영태 공동관리인 등 경영진은 신차 개발 계획 등 장기성장 전략을 세우는데 여념이 없다. 나아가 장래 인수합병 대상자도 미리 물색 중이다. 노조 역시 사측의 정상화 노력에 적극 동참하며 평택공장을 주말까지 풀가동시키고 있다.

#5. 다섯 번째는 그럼에도 회생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쌍용차가 실시중인 유휴자산 매각은 기업이 생사기로에 놓였음을 반증한다. 파업 때 알게 된 평택공장의 한 직원은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걱정스런 목소리로 “사실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아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라고 전했다.

#6. 오는 11월 6일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 여부, 즉 회사의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중 새 주인도 만나게 된다. 여섯 번째 기억의 잔영이 어떨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복직하게 될 2000여 전(前)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제2의 무쏘 신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쌍용차는 더 이상 ‘제 멋대로’ 흔들릴 자격이 없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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