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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의 금융프리즘) "중국 정부보다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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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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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쪽팔리고 부끄럽습니다. 국내 최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가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게 무슨 말인가요. 국내외 온도차가 이렇게 심해서야 G20 의장국으로서 창피한 것 아닙니까?"

해외 유력 투자기관의 고위 임원이 최근 한 말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해외 금융기관에서 리서치를 지휘하는 그는 KB금융 사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다소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그는 "일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 정부가 중국정부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격한 발언이 꼬리를 물었다. 그는 "G20 의장국이라고 자랑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에 비해 못하다는 말...자존심 상하는 일 아닙니까?"라고 토로했다.

글로벌시장과 소통하는 그의 목소리는 최근 KB사태를 지켜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을 보는 듯 했다.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는 KB금융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겉으로는 관치 논란에 불편해하고 있지만 KB금융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을 그치지 않고 있다.

KB금융 역시 강정원 회장대행이 대대적인 인사로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금융감독원 출신 임원을 경질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당국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금융위기 이후 올해 금융권 빅뱅을 앞두고 금융기관을 단속할 필요성은 있다.

제조업과 다르게 금융기관이 잘못된다면 그 여파는 만만치 않다. 금융의 특성상 경영과 전략이 틀어지면 그 파장은 국가경제 전체로 퍼진다. 일정 수준의 관치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위는 조절해야 한다. 당국이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인사에 직접적인 간섭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면 그건 당국의 책임이다.

금융기관의 수장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에 맡기면 될 일이다. KB금융의 회장 내정이 잘못됐다면 주주총회에서 심판하도록 두는 여유를 보였으면 모양새가 좋았을거다.

사외이사제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고치면 될 일이다. 회장 선임의 시기가 틀렸다고 해서 '때리기'식의 압박을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KB사태는 국내 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분명 심각한 일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 사임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에 대해 금융당국 내부에서 일부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는 사실 역시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황 전 회장에 대해 "참으로 아까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해외 IR에서 투자자들을 그토록 사로잡을 수 있는 인물은 한국에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상의 실수로 책임을 물었지만 황 전 회장의 사임이 한국 금융산업의 큰 손실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잘못된 제도와 규제는 고쳐야 된다. 최고경영자 역시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부적절한 심판의 끝은 언제나 좋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은 시장에서 판단하겠지만 말이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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