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해외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연체율이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건전성이 안정되고 있는데다 위기 이후 시장선점을 위해서다.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은행들의 이같은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책은행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연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은행 2~3곳과 우즈베키스탄 은행 1곳을 인수할 계획이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태국 시암시티은행(SCIB)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태국을 다녀오는 등 해외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업은행 역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은행 3~4개에 대한 M&A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현지에 실사단을 파견했다.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BCC은행의 지분 9.6%를 추가 인수해 40.1%로 확대하는 등 독립국가연합(CIS)을 중심으로 중국과 남아시아권을 아우르는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 구축 전략을 지속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중 수저우 지점을 개설하는 등 중국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 베트남시장 공략을 위해 현재 사무소 형태인 호찌민 사업소는 지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역시 각각 중국·인도네시아 시장과 아랍에미리트연합·베트남·인도 등에 현지 금융기관의 지분 확대와 지점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미국 최대 교포은행인 LA한미은행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한미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동부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과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미국 현지법인 신한아메리카은행에 지난해 하반기 여신전문가와 전략 및 재무, 마케팅 전문가 등 8명을 파견하고 로스앤젤레스 등 현지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권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것은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현지 공략의 기회가 많아진 것도 이유다.
지난 연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0.76%로 하락하면서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뉴욕·홍콩 등 주요 거점도시에 해외 금융회사협의회를 운용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도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는 이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체계적 관리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원센터는 뉴욕을 비롯해 홍콩·도쿄·베이징·상하이·런던 등 주요 거점도시에 금융회사협의회를 운용하고 외교통상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금융기관의 애로사항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진출 대상국가에 대한 영문금융감독법규 데이터베이스를 기존 14개국 46개 법규에서 18개국 57개 법규로 확대했다"면서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해외진출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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