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에 휩싸인 그리스의 국채 위험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유럽중앙은행(ECB)과 네덜란드 통계청(CBS)에 따르면 16개 유로존 국가의 10년 만기 국채 시장금리를 분석한 결과, 그리스 국채 시장금리가 5.5%로 가장 높았다.
그리스의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훌쩍 뛰어넘는 데다 재정 건전성이 이 지경으로 악화하는데 통계 왜곡이 중요한 요소였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지난 19일 브뤼셀에서 열린 정례 회의에서 그리스 정부에 통계서비스를 개선하고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켈틱 호랑이' 신화가 무너진 아일랜드도 10년 만기 국채 시장금리가 최근 4.8% 안팎에서 형성돼 그리스와 함께 유로존 내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반면, 유로존은 물론 EU 27개국 전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재정이 탄탄한 독일은 10년 만기 국채 시장금리가 3.1%로 가장 낮았고 오스트리아(3.2%), 네덜란드(3.4%) 순으로 국채 안전도가 높았다.
금융위기 이전 0.5~1.0%포인트로 안정세를 보였던 유로존 내 국채 시장금리의 최고~최저 차이는 작년 초 3% 가까이 치솟았다가 경기회복론 덕에 작년 3분기에 1.5%포인트 수준으로 좁아졌으나 그리스 '암초' 탓에 다시 2.5%포인트 수준으로 벌어졌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마크 파버도 정부 재정 파탄이 다음 경제 위기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인터넷매체인 스위스인포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체계 내의 많은 부담이 사적 부문에서 정부 부문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세계경제 위기의 다음 정차역은 정부의 파산이 될 것"이라며 "이는 5년 내에 일어날 수도 있고, 10년 혹은 15년 내에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버는 정부재정 파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꼽았다. 또 "미국와 영국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매우 높다"며 "미국은 공정한 회계기준에 따르면 이미 파산 상태이며, 만약 기업이라고 가정한다면 CCC 등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아시아 신흥국 경제전망에 대해선 낙관론을 견지했다. 파버는 "아시아 지역의 경우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중국은 일부 부문의 거품이 있지만, 중국시장은 아직 포화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에 설사 거품이 터진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붕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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