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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균의 문화트렌드]7080 세대, 라디오 미디어를 접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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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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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산을 차로 운전하며 다니는 시간이 많은데 라디오 채널을 돌리면서 의외로 70년 80년의 가수나 스타가 DJ를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이 세대가 라디오 매체를 장악했을까 생각하니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라디오를 가장 많이 듣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 세대이고 이들은 주로 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차안에서 라디오를 듣는다는 것. 

   
 
 


필자도 라디오는 주로 차 안에서만 듣는다. 그만큼 차와 라디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 사실 차를 소유하고 있는 주된 계층이 7080 세대이고 이들이 라디오를 차 안에서 듣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이들 세대에 맞는 문화를 전파시켜주는 그 시절의 스타들이 DJ나 게스트로 등장하게 마련이다.
한 측면에서 보면 7080세대는 라디오와 함께 문화를 만들어 온 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경우도 어린시절 어머니가 구해준 초단파 라디오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단파라디오는 간첩이라는 소문에  이불 속에서만 들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 공부하면서 그냥 켜 놓은 라디오의 DJ 멘트에 감동하기도 하고 음악으로 흥분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세대의 문화를 향유했던 것이다.

라디오가 대중 문화 전파 경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던 시절이었고 그 시절의 가장 주요 소비자가 바로 7080 세대이다. 그때 가슴을 울리던 대중가수들이 이제는 DJ로 돌아와 그 시절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노래하는데 그 시절 문화를 공감했던 7080세대들이 반응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라디오 매체를 타고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의 감염력을 보여준 영화가 바로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라디오스타'이다. 그 라디오 스타의 주인공 최곤(박중훈 역)은 흘러간 10대 가수 인데 이제는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매체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있다. 매체를 다루어 본 경험이 많을수록 그 매체를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라디오 매체가 7080 세대에게 중요한 매체라면 90년대 이후 세대에게는 어떤 매체가 가장 영향력이 클까? 당연히 TV 일 것이다. 
2010년 이후 세대에게 어떤 매체가 가장 영향력이 클까 생각해 보면 아마도 인터넷과 MP3, 동영상 재생기, 스마트폰 등일 것이다.

그런데 TV는 누구나 이야기하는 바보상자의 기능이 강해서 주관적인 자기 의견을 내세우기가 어렵게 만든다. 즉 TV에 길들여진 세대는 자기 표현력이 떨어지고 수동적으로 사람들을 교화시키는 기능이 있다.

반면 휴대용 미디어 재생기의 경우는 개인별로 차별화 되는 콘텐츠를 선택하고 향유하기 때문에 개인화 되는 경향이 강하다. 즉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도 된다. 매체의 발전이 이루어 지면 질수록 그 매체와 더불어 성장하는 세대가 달라지고 그러기에 세대간의 의사소통은 단절될 수도 있다.  매체의 이런 습관은 학습에도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대학 입시 동영상 전문 교육 사업을 하는 메가스터디의 동영상 강의가 현재의 중고생들에게 학습효과가 있는 것도 그 매체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실 동영상 강의에 길들여 지지 않으면 몇 시간씩 강의를 들어도 학습효과는 크게 반감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용 동영상 기기를 통해서 다양한 동영상 학습을 경험한 세대는 오히려 편하고 고급 콘텐츠를 싸게 공급받는다는 기본 방향에 적극적으로 따르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업체들이 동영상 강의 사업을 시작했지만 성공한 업체는 몇몇이 되지 않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타겟 계층과 매체 속성을 이해 하지 못할 때 이런 사업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동영상 사업은 향후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갈 것으로 보인다. 단지 고객과 매체속성이 제대로 결합되는 상품이 출시될 때이지만 말이다.

매체는 곧 메시지다. 매체 자체가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매체가 살아 남을 것인가 하는 것도 고민스럽지만 살아남은 매체가 어떤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매체 수용자들을 익숙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화되고 있어서 최종 종착점은 아마도 스마트폰으로 귀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기존의 매체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특수한 매체 특성에 맞추어서 매체 수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서 세분화된 시장으로 포지셔닝 될 것이라는 것이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도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아니면 인터넷도 이 모든 미디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수용자와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라디오라는 어찌 보면 진부한 매체도 그 역할에 맞게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7080 세대의 라디오 장악은 바로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체는 사리지지 않고 진화한다. 그렇지만 매체 수용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지 않는 매체는 그 점유 영역이 극도로 좁아진다. 단순한 매니어 집단의 취미로 바뀌는 것이다. 흑백사진 시장이 극도로 줄어든 것과 같은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즉석사진 폴라로이드 시장도 사라질 뻔한 시장임에도 문화적이 수용방식을 바꾸면서 새롭게 살아 남았다. 바로 보고 즉석 댓글을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냈고 살아남는 매체가 된 것이다.

콘텐츠 전달과정에서 매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매체간에도 경쟁이 극심하다. 그렇지만 그 경쟁 상황에서도 매체별 문화는 만들어 지고 그 문화를 향유하고 했던 세대들은 살아 가고 있다. 7080의 라디오 매체 장악은 아마도 다른 장르 매체로도 확대될 것이다. 가장 현재로서는 이 세대가 대중문화를 한국사회에서 처음 향유한 세대이고 이들의 문화적 욕구는 상상외로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 산업은 현재 7080 세대의 구축해둔 문화적 토양 위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표출되지는 않고 있는 영역이 많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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