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영화 '아바타'가 던진 새로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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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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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3D영화의 새장을 연 '아바타'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미 1000만 관객을 훌쩍 넘어 1300만 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입체영상은 아주 오래전인 1855년 영국의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브루스트(David Brewster)가 이론적인 토대를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그때도 지금의 영화 아바타의 줄거리와 마찬가지인 듯싶다. 새로운 자원을 찾기 위해 미지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처음 만난 문화·인종·풍습 등을 입체사진으로 기록해 자신의 문화권에 소개했다고 한다. 이런 사진들을 감상하는 일은 일부 자본가나 귀족들에게만 국한됐던 호사스런 취미였다고 한다.
 
당시의 작품은 미국의 개척시대 서부 인디언, 중동의 이집트 피라미드와 낙타를 탄 유목민, 아프리카 원주민 등으로 주로 유럽인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명권을 기록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조선시대를 촬영한 사진도 있다고 한다. 양도 많았지만 기록한 지역도 매우 넓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에는 사진이 대중들에게 예술로 대접받지 못하던 시절이라 주로 다큐멘터리기록·유희·취미적인 요소가 강조됐다. 그로인해 입체사진의 유행도 가능했으리라 짐작된다.

입체영상이 우리생활에 들어온 지는 꽤 오래됐다. 더구나 지금은 입체영상의 활용범위도 정밀작업을 요하는 핵 발전, 우주산업, 첨단의학 및 과학 등의 분야로 확대됐다. 게다가 이제는 예술분야까지 입체영상을 활용한다. 미국의 브레인 알렉산더(Brain A. Alexander)는 사람의 시각적 오차를 이용한 작가로 인간의 탐욕, 문명의 병폐 등 인류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발생하는 심각한 부작용들이 신의 존엄성을 폄훼하는 모습들을 홀로그램을 활용하여 선보여 화제가 됐다. 미국의 굴뚝 없는 공장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도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3D와 4D를 결합시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 삼성동에서 열린 엑스포의 한 극장에서는 이만수 선수가 휘두르는 야구 방망이가 내 눈앞을 왔다 갔다 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남아있다.

초등학교 앞에 검정 가방을 든 할아버지가 서있던 날이면 등하교 길의 아이들은 영락없이 그 앞에 동전 몇 닢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며 자유의 여신상, 나이아가라 폭포, 피사의 사탑 등의 사진이 담긴 입체 요지경을 즐기곤 했던 풍경도 기억난다. 예나 지금이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심이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만드는 동기가 됐다. 과거에는 현실에 존재하는 세계를 기록하고 현대에는 주로 영화 속에서 사람의 생각에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보여준다. 입체영상기술의 대중화는 인류역사에 있어 사진의 발명만큼이나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간단한 장치를 이용해 현장에 가지 않고서도 현지의 분위기를 현실과 같이 보다 생생하게 펼쳐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판도라라는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즉 아바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토리텔링과 기술력의 조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을 창작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당위성이다. 왜 그 작품을 만들 때 그 매체와 작품을 이루는 매체나 소재를 선택했는가라는 문제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제임스 캐머런은 10여 년 전부터 영화 ‘아바타’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향상된 기술력을 기다렸다고 한다.

입체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토리의 개발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입체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얼마나 성장할지를 결정해 줄 것이다. 또한 장르별 응용분야의 다양성도 중요하다.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과학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과학과 예술의 효율적인 결합을 위한 통섭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에게 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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