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국정보고를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AP연합뉴스] |
원 총리는 정책대안으로 "첫째, 근로소득의 증대, 재정 및 세수정책 조정을 통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주민소득의 비중을 높이고 둘째, 독점사업 분야의 소득분배 제도를 개혁해 소득격차를 줄여 나가며 셋째, 불법소득과 음성소득을 뿌리뽑아 투명하고 공정한 분배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소득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추세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국가주석은 1978년 "생산력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부 지역, 일부 기업 그리고 일부 노동자와 농민이 먼저 부유해지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소위 '선부론(先富論)'으로 불리는 이 정책은 당시 중국사회에 만연해 있던 평균주의를 타파, 인민들의 생산 적극성을 자극함으로써 경제발전을 견인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오늘, 중국은 경이로운 고속성장을 이룩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수출입무역총액, 외환보유고 등의 부문에서 중국은 세계 2, 3위를 다투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2008년 기준 3292 달러에 달해 중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중국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ㆍ의식주 걱정 없이 안락하게 사는 생활수준)' 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반면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역ㆍ계층간 소득격차는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해 사회불안의 근본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국총공회(全國總工會ㆍ노총)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23.4%가 지난 5년간 소득의 변화가 없었으며, 75.2%는 사회소득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61%는 특히 임금소득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여기고 있다.
1997~2007년 중국 GDP에서 정부의 재정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95%에서 20.57%로 배 가까이 증가하고 기업이윤이 21.23%에서 31.29%로 늘어난 반면, 노동자의 임금소득은 오히려 53.4%에서 39.74%로 감소, 월급에 의존하는 노동자의 소득수준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게다가 전력, 통신, 금융, 보험 및 전매(담배)사업 등 일부 국영기업과 상장기업의 근로자와 일반기업 근로자간의 소득격차도 날로 늘어 보통 2~3배나 차이가 난다. 여기에 월급 외 소득과 복리대우를 포함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 역시 3.3대 1로 크게 벌어져 있다. 인민대표들이 이구동성으로 제기하듯 분배제도의 개혁은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원 총리는 이번 국정보고에서 이같은 소득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비현실적인 급여소득을 인상하겠다고 했다. 일차적인 소득분배가 노동자의 급여소득을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감안한 조치다. 특히 일부 독점기업의 높은 월급은 누진세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법소득과 음성소득을 발본색원해 건전한 분배질서를 확립하겠단다. 주택, 의료보험, 양로보험(국민연금) 정책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소득격차의 근본원인을 기업에 전가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월급 인상과 복리제도의 개선은 필연적으로 기업의 지출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소득자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결국 세금을 더 거둬야 가능하다. 정부가 세무조사 등을 통해 세원색출을 강화한다면 이 또한 기업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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