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국은 설원 종목에서 노 메달에 그쳤다. 일부 종목만 두각을 나타내고 나머지 부문은 하위권에 머무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이 현상은 한국 경제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지난해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빼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외신들 역시 한국경제의 선전에 주목했다. 하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경제주체들의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가계 금융부채는 734조원으로 전년보다 6.6%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빚도 4337만원으로 3분기 말보다 증가했다. 반면 월평균 가계 실질소득은 305만2000원으로 5년 만에 처음으로 1.3% 줄었다.
실업률도 두 달 연속 5% 안팎을 이어가고 있다. IMF 이후 최악이다. 청년실업률은 10.0%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일부 대기업은 임직원들에 대한 성과급을 크게 올렸다. 주주들에 대한 배당도 껑충 뛰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 구성원들은 직장을 유지한 것에 감사해야 하는 처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산층 붕괴와 경제수준 양극화는 격화될 수밖에 없다.
업종별 쏠림 현상도 여전하다. 한국은 원천기술 확보 및 부품·장비·소재 분야에서 선진국과 많은 격차를 두고 있다. 이 부문에서의 경쟁력은 기술력을 갖춘 건강한 중소기업들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납품단가 인하 압력과 일부 대기업의 기술 강탈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갖췄던 기업들마저 고사할 위기다 .
정부는 최근 한국경제의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서민경제는 하락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도 수치상 실적은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서민경제 하락으로 인해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빠진 1980년 후반부터 지금까지 경기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대기업 역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2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한국은 1980년대 일본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가계 등 주요 경제축의 조화로운 동반 성장을 위한 기업들의 상생 노력과 정부의 서민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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