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뢰 폭발 가능성 염두...사고원인 정밀진단中
북한개입시, 남북경색 국면 유도 책임론 확산
내부폭발시, 안전점검, 정부 늑장대응 책임론 확산
이명박 대통령이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후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섣부른 판단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해서다. 북한의 개입이든, 내부폭발이든 사고 책임을 둘러싼 논란에서 현정부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사고가 발생한지 4일째인 29일 이 대통령은 실종자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선 의혹 없이 조사하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가위기상황센테에서 천안함 수색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실종자들이 몰려있을 것을 추정되는 선미의 위치를 확인했으니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하게 수색작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생존자가 있다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며 “또 한점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거듭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 내부적으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내부 폭발 △암초 충돌 △기뢰 폭발 △어뢰 공격 등 4가지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중 기뢰폭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안함 함장의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기뢰폭발 가능성을 약간 더 높게 볼 수 있다”며 “만약 기뢰로 인한 폭발이 맞다면 우리측이 부설해놓은 기뢰중 회수 안된 것일 수도 있고, 북한측이 뿌려놓은 것이 사고 해역까지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정부에서 침몰 원인에 대해 정밀 분석중임에도 이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의 개입에 의한 침몰이던, 내부 폭발이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침몰 사고에 북한이 개입했다면 그간 정부가 유지해온 대북 강경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최를 논의하는 와중에 북한이 개입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동북아 정세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만약 이번 사고가 북한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경색국면에 빠져있는 남북관계만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내부 폭발이었다고 해도 군함의 안전점검이나 구조시 늑장대응 등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기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고 원인이 외부에 있건, 내부에 있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상 이 대통령은 고민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권 관계자는 “구조작업 지연 등을 이유로 정부의 진상규명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사고 원인 설명을 늦추면 늦출수록 비판적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빠르게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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