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아이패드' |
기대감을 반영하듯 미국 주요 도시에 있는 애플 매장은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전날 밤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정보기술(IT) 팬들이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지난 15년간 PC시장이 정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키보드와 마우스 등으로 이뤄진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기반 PC가 등장한 이래 인터넷을 제외하면 PC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PC가 문서를 만드는 도구에서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통하거나 미디어를 소비하는 도구로 바뀐 게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다.
하지만 소통이나 소비 도구로 쓰기에 기존 PC는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었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아이패드다.
세계적인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근 블로그(blogs.hbr.org)에서 애플이 지속적으로 혁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기존 '캐쉬카우(cash cow)'나 과거의 유산보다 시장의 움직임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HBR은 혁신을 이루고 싶다면 더 이상 실제하지 않는 수요 등을 근거로 경영 전략을 짜고 있지 않은지 자문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도 관성을 깨뜨려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비행 중에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정 좌석도 없다. 대신 항공료를 낮추고 정시 도착률을 높였다.
최근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에 제 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그 결과 사우스웨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는 항공사로 꼽히고 있다.
미국 호텔 체인 메리어트의 서비스드레지던스인 레지던스인은 장기투숙이 늘고 스위트룸 형태의 객실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반면 코닥은 관성을 통제하지 못해 몰락한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필름 메이커 이스트먼코닥은 1995년 온라인 사진 서비스업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를 무시했다가 지난해 결국 컬러필름 브랜드 '코다크롬'의 생산을 중단했다. 아날로그 필름이 마진이 높다며 디지털의 대세를 거스른 결과다.
HBR은 업계 전반에는 여전히 혁명적인 변화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금융계의 경우 대부분의 지점이 일차적인 거래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런 기능은 온라인이나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로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지점이 하나의 서비스센터로 거듭나 고객과 본점 사이의 매개체로 나선다면 더 나은 서비스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매업계도 마찬가지다. 매장 선반에 있는 물건을 내리는 일은 고객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오프라인 매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 게 구매 경험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일례로 흥미가 같은 고객을 묶어 커뮤니티를 구성하면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서점이라면 관심사가 같은 고객들끼리 독서클럽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애플이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품 전문 상담공간인 '지니어스 바(Genius Bar)'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HBR은 올해도 많은 기업들이 1980년대 경영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경영환경과 고객들의 행동을 냉철하게 바라보면 과거 유산에 가려 보이지 않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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