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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영 포커스] 위기의 기업 CEO는 '리모컨 경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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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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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살아남은 일부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본사로 출근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공적자금 지원으로 인해 개인전용 제트기나 골프장 회원권 등의 특권이 사라지자 기업들이 CEO가 본사와 멀리 떨어진 거주지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정부의 지원으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일부 기업들의 CEO가 본사에서 떨어진 자택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리모컨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로버트 벤모시의 경우 지난해 여름 부임한 이후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지낸 기간은 전체 근무일수의 절반에 불과했다.

벤모시가 본사에 나타나기를 꺼리는 것은 세금 탓이다. 그가 뉴욕 본사에서 연간 183일 이상 근무하면 1050만 달러에 달하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그가 현재 살고 있는 플로리다주에서는 소득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자회사였던 소비자금융업체 GMAC의 마이클 카펜터 역시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에 한    달에 한 번 꼴로 출근한다. 크라이슬러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도 한 달에 두 주 가량 본사로 출근하며 나머지는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보내고 있다. GM의 에드워드 휘태커 역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며 디트로이트 본사 인근에 아파트를 두고 근무한다.

CEO들이 이처럼 원거리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는 CEO들이 본사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기술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본사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CEO들의 지나친 부재는 기업 경영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CEO들이 너무 자주 지역을 옮겨 다니는 것은 다른 고위 경영진이나 중요한 임직원들과 접할 시간을 적게 만들고 임직원들의 의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CEO가 자주 자리를 비우게 되면 본사의 중요성이 약해져 본사가 위치한 지역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원 유출은 주정부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조직심리학자인 벤 다트너는 "(CEO가 본사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장군이 안전한 후방지역에 앉아 최전방의 대원들에게 전투명령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는 부임 초기 사무실을 무려 3개 도시에 마련해 본사가 이전되는 게 아니냐는 루머를 양산하기도 했다. 부임 초기 그는 몇 달간을 본사가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이 아닌 뉴욕과 워싱턴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이로 인해 내부에서조차 회사가 북동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그가 최근 샬럿에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잦아들었다.

본사 이전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킨 경우도 있다. 카펜터의 전임자인 알바로 드 모리나는 지난해 본사를 디트로이트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샬럿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샬럿 지역에서 수백명의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다. 이후 카펜터가 본사 이전 계획을 공식적으로 백지화했음에도 회사 내부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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