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면 조선 중종때 개혁을 외치다 스러진 역사적 인물 '조광조'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조광조가 역사속 인물은 아니다. 그래도 동명이인이란 설정은 조선 시대의 조광조가 부르짖었던 개혁을 부각시킨다.
또 소설 속 인물 조광조의 삶은 역사속 인물 조광조의 인생과 닮아 있다.
이야기는 조광조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의 장례식장 풍경을 통해 조광조가 대학 개혁을 강조하던 한 지방대학 교수임을 소개한 뒤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추적해 간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조광조의 입을 빌어 짚어내는 한국 교육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에 이익을 따지는 기업의 경제 논리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지금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가감없이 그려낸 것이다.
다른 단편인 '조용한 가족', '어떤 보필'은 소외된 자들에게 힘든 현실을 그려낸다.
'어떤 보필'은 한 초등학생인 고아 소년이 폭력적인 학교와 폭력적인 선생에 붙어 어떻게든 살아가려 하지만 이를 허락하지 않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조용한 가족'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얽혀있는 현실을 씁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씨는 고광률 작가에 대해 "고 작가의 시선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부조리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고 평한다.
구조적인 부패, 배타적 이기주의, 반개혁적인 보신주의 같은 어두운 사회 현상을 때로는 간결하게, 때로는 풍자적 수법으로 맛깔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고광률의 작품은 차돌멩이처럼 단단하다. 하지만 그 단단함 속에 인간에 대한 따스한 연민과 풍자가 함께 깃들어 있는 것이 매력이다.
kam85@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