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잇단 中항만시설 방문...개방 노하우 배우기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의 방점은 개혁∙개방 경제개발에 찍혀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중국을 전격 방문한 이후 대표적인 개방 경제구역인 다롄과 톈진을 잇따라 찾았다. 동북 3성 물류중심지이자 항만도시인 다롄을 둘러본데 이어 중국식 개혁.개방의 대표격인 톈진 빈하이신구를 시찰한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함경북도 라선(라진∙선봉)특별시의 개발과 투자유치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북중 정상회담 초점이 양국 경제협력문제에 모아질 것이란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중정상회담 의제는 양국 경협

김 위원장은  방중기간 내내 경제개발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중경협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표면적으로 부각되는 회담 의제는 북중 경제협력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이 춘궁기인 점 등을 감안해 확실한 선물 보따리를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등을 형식적으로 천명하고 긴급한 식량문제, 나진 선봉항 개발 등 투자를 중국측에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지난해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중국 훈춘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93㎞도로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나진항 부두 개발권을 확보했다”며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으로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대북 SOC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톈진의 개혁∙개방 벤치마킹하나

총면적이 40㎢에 이르는 빈하이신구는 제조, 물류, 금융, 첨단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경제개발구로, 중국 현 지도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베이징과 허베이, 산둥, 랴오닝 등을 포괄하는 환보하이 지역의 핵심경제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5일 오전 8시20분(현지시간)께 빈하이신구를 찾아 장가오리 톈진 당서기의 안내와 설명으로 산업시설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2004년 4월21일에도 빈하이신구를 직접 찾아 중국식 개혁개방의 현주소를 체험하기도 했다. 6년여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것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거점 도시인 선전과 상하이 등이 전 지도부의 작품이었다면 빈하이신구는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현재 4세대 지도부가 만든 지속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가된다.

100여개의 한국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LG화학, 금호타이어 등 한국상회에 가입한 회원도 27개사에 달한다. 또 세계 500대 기업 중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도요타자동차, 코카콜라, 에어버스 등 120개 기업을 포함해 4500여개의 외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다. 유럽의 대표적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도 2006년 5월 이곳에서 A320 항공기 조립생산 공장 기공식을 했다.

특히 금융산업의 메카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만큼 중국 최초의 주식회사형 은행인 보하이은행을 비롯해 중국은행, 공상은행은 물론 HSBC와 같은 대형은행과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도 입주해 있다. 이 곳은 중국정부가 금융기업, 금융시장, 금융개방과 관련된 중요한 개혁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실험을 해보는 ‘시험무대’의 성격이 짙다.

◆이틀간 다롄 항만시설 집중 사찰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부터 이틀간 다롄에 머물면서 항만 시설을 집중적으로 시찰했다. 다롄 경제기술개발구에는 포스코, LG산전 등 400여개 한국 기업과 도시바, 파나소닉, 캐논 등 일본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특히 다롄의 컨테이너 전용 부두인 제3부두는 수년 전에 완공된 수출입 화물 창구다. 동북 3성의 핵심 도시인 다롄은 항구와 임해공단을 결합하여 외자 유치에 성공한 대표적 도시로 꼽힌다.

김 위원장의 잇단 방문은 북중 경제협력 카드로 라선항을 국제적 항구로 개발하겠다는 메시지를 중국측에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라선항을 어떤 형태로 개발할 것인지 중국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뜻과 함께 중국측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1991년 12월 라진∙선봉을 북한 최초의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하고 개발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특구의 급속한 개발로 인한 악영향을 우려해 실질적인 세제혜택이나 외자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취하지 않아 외국자본이 외면한 결과다.

그러나 북한은 올 1월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키면서 라선시 개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특구 지정 18년 만에 처음으로 라선시를 방문, “라선시는 중요한 대외무역기지”라며 “대외시장을 끊임없이 넓혀가야 한다”고 현지지도를 한 바 있다.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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