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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영 포커스] 불황에 소비자들 더 똑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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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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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립스틱은 대표적인 불황지표로 꼽힌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소비자들은 립스틱과 같은 작은 사치품으로 위안을 삼는 경향이 있기 때문.

하지만 최근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로 소비자들이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차선책으로 대체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최상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합리적인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싼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작은 사치품으로 위안을 삼기보다는 호황기에 누리던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충분한 시장조사를 거친 후 예산을 조정해 원하는 제품을 구입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소비자들은 경기가 나쁠 때 저렴한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작은 사치품을 충동적으로 구입한다는 속설은 옛말이라며 이번 금융위기로 소비자들이 똑똑한 소비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립스틱 판매로 경제 상태를 예측하는 이른바 '립스틱 지수'는 흔히 경기 불황의 척도로 애용된다.

싼 비용을 치르고도 눈에 잘 뜨여 암울하고 칙칙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성 심리가 작용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립스틱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2001년 9·11테러 직후 찾아온 불황기에 립스틱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은 불황에도 립스틱과 같은 작은 사치품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가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던 지난해 립스틱 매출은 전년보다 오히려 9.8% 감소했다.

미 주류정보업체인 베버리지인포그룹도 지난해 주류판매가 오히려 떨어졌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캔디업체들 역시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세계적인 광고마케팅업체인 오길비앤매더의 그레이스앤 베넷 회장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가격표에 얽매여 소극적이고 단순한 구매를 일삼던 시대는 지났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심사숙고해 제품을 고른다"고 말했다.

오길비앤매더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9%가 불황으로 자신들의 소비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생겼다고 답했고 78%는 경기침체로 과거에 비해 좀 더 합리적으로 소비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의 발달로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포춘은 분석했다.

리서치업체인 민텔의 빌 패터슨 애널리스트는 "지갑이 얇아졌다고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제품에 몰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소비자들은 주어진 예산 범위내에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실제 불황에도 유기농 식품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했고 애플의 아이폰은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다. 즉, 소비자들이 가격보다는 제품의 혁신성이나 희소성 등의 가치를 더욱 중시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의 경우 일반전화에 비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높은 가치를 보유한다고 볼 수 있다.

교차적 소비자 행동(Cross-category behavior)도 새로운 소비패턴으로 떠올랐다. 베넷 회장에 따르면 과거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선택할 때 수직적 구매행태를 보였다. 즉, 가격이 제품 선택의 기준이였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단지 제품의 가격 뿐 아니라 교통비, 문화여가비 등 자신들의 지출비용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제품을 구입한다. 

실제 오길리앤매더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고객들은 경제여건이 나빠졌다고 해서 저가의 커피를 마시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류와 같은 재량소비에 드는 비용을 줄여 자신들이 원하는 커피를 여전히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비자들은 얇아진 주머니 사정으로 내키지 않는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빈도를 줄이고 있다고 포춘은 덧붙였다.

리서치업체인 캐리스앤코의 린다 볼튼 와이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헤어제품의 경우 전체 미국시장의 헤어 제품의 매출 성장세가 판매량보다 높다. 즉, 소비자의 구매빈도는 낮지만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매출 성장률이 더 높은 것이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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