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해묵은 악재가 국제 금융시장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 증시는 연 이틀 하락했고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아시아 금융시장 역시 사정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도쿄증시 닛케이지수는 6일 전 거래일보다 3.3% 빠진 1만695.69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1.98% 급락하며 1700선이 무너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시 30분(현지시간) 현재 2.8% 하락한 2776.11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11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불신이 가라앉지 않자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2008년 시행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과 같은 대규모 지원책이 위기 해소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세를 불리고 있다.
◇그리스 불확실성 고조
전날 미국과 유럽증시가 요동친 것은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계획에 대한 반발이 극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그리스 양대 노총이 주도한 대규모 시위에서 화염병 공격으로 추정되는 방화로 3명이 사망하는 등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불안이 장기화하면 그리스 정부의 긴축정책 이행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져 위기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리 보시스 그리스 피레우스대 교수는 "그리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산적해 있다"며 "분노한 그리스인들을 진정시키고 과거의 방탕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전문가로 유로화 비관론자인 티머시 콩돈은 "그리스 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긴축에 따른 고통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이라며 "극심한 고통 속에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부도위험국은 예금 엑소더스(탈출)로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도미노 위기설 확산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주변 부도 위험국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향후 3개월 안에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고 그리스와 스페인의 등급을 두 단계 끌어내린지 일주일만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영국의 재정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해 EU 2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니스 가트먼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재정적자 위기는 유로화 체제가 붕괴돼야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사태가 평화롭고 성공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그 여파로 뉴욕증시가 15%대의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식 해법'이 돌파구?
뉴욕타임스(NYT)는 6일 유럽이 재정위기를 해소하려면 미 재무부가 부실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 시행한 TARP와 같은 대규모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부도위험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식이다. NYT는 7000억달러 규모였던 TARP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에 1100억유로를 지원키로 한 것으로 충분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NYT는 유럽에 미국식 해법을 적용하려면 자금뿐 아니라 정책적 유연성과 정치적 용기, 팀워크 등이 필요하지만 EU와 IMF는 이런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콩돈은 돈을 찍어 국채를 사들이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는 독일의 영향력도 ECB의 행동반경을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6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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