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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첩] '성상납' 의혹과 검사 기소권독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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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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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얼마 전 경남의 전 건설업체 대표인 정모씨가 이른바 '검찰 스폰서' 의혹을 제기하며 언론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검찰은 이에 즉각 진상규명위를 조직하고 신속조치에 나섰지만, 불붙은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사건의 당사자인 정씨도 결심한 듯 자신의 처벌 여부에 관계없이 진실을 말하겠다고 밝혀 향후 진상규명위의 최종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씨는 왜 검찰의 명단을 공개했을까? 일각에서는 정씨의 변호사도 예측하지 못한 이러한 돌발 행동은 그간 자신이 대접해온 검사들에 대한 서운함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정씨가 건설업에서 물러난 후 법조계의 인맥을 바탕으로 법정 사건의 브로커 역할을 해왔으나 친분이 있다고 여겼던 검사들이 자신의 청탁을 외면하고 결국 구속되는 몸이 되자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씨의 사건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던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언론을 통해 자신이 법적으로 책임져야할 문제에 연루된 것은 아니라고 당당히 밝힌 것은 정씨의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추측된다.

아직 진상규명위의 조사가 끝나지 않아서 단언하기 힘들지만 '성상납', '향응'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검사들이 단지 청탁을 받지 않아 법률적인 책임이 없다고 답한다면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다.

검사는 형사사건에 관해 개인의 신분과 생활을 구속할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사권은 경찰도 그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개인을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기소권은 검사에게만 주어진 권한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막강한 공익의 힘이다.

검사에게 이같은 권한을 부여한 것은 주지하다시피 국가와 국민의 공익에 힘쓰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검사는 당연히 공인이며 어느 누구보다 높은 도덕적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언론에 오르내리는 검사들의 성상납을 포함한 향응 의혹과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에서 이미 그같은 신뢰를 기대하긴 요원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법학 교수는 검사들에게 스폰서가 꼬이는 이유는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권한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검찰을 등에 업고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형사재판을 수행하는 검사 1명이 처리하는 사건의 건수가 1330건에 이르는 등 검사만 형사사건을 기소하는 현 제도 하에서는 명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진상규명위의 조사가 끝나면 관련자들의 철저한 문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과연 지엽적인 일벌백계가 검찰의 새로운 면모로 비춰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기소독점주의와 같이 그동안 스폰서 등의 부정을 양산하는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이야 말로 안일함에 빠진 검찰이 가장 먼저 추진해야할 과제이다. 

h99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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