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한국거래소가 추진하고 있는 코리아리서치프로젝트(KRP)가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RP는 증권사 등 기업분석업체가 관심을 두지 않는 중소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06년부터 시행됐다.
KRP에 제공된 기업 분석 보고서 대부분이 일반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와 달리 해당 회사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작 적정주가(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적정주가는 기업 밸류에이션을 반영해 제시된 적당한 주가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매도·매수 시점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잣대다.
23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원스탑 서비스(http://ikosdaq.krx.co.kr)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공개된 코스닥상장사 95개사에 대한 증권사 등 기업분석업체의 보고서 총 268건 가운데 적정주가가 제시된 자료는 겨우 30여건에 불과했다.
증권사가 발간하는 전체 보고서 중 적정주가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약 1%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적정주가가 제시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거래소는 증권사가 담당한 기업 1사당 30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2개 기업의 분석을 맡으면 600만원을 증권사에 제공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작년 한 해 거래소가 KRP사업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약 2~3억원이다. 지난 4년간 총 378개 기업을 지원해 총 11억원을 넘는 비용이 지출됐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스몰캡팀 연구원은 "스몰캡 종목은 잘 알려진 대형주보다 분석 기간이 짧은게 보통"이라며 "적정주가를 제시하기 위해선 정확한 밸류에이션 모델을 세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아 적정주가 없이 일단 보고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누가 먼저 중소 우량기업을 발굴해 증권사의 '큰 손'인 기관에 소개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소 보고서 질이 떨어져도 '속도'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KRP보고서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르다. 업계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KRP사업에 참여한 증권사는 1사당 한 해 최대 3번의 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각 코스닥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복수 증권사가 1개 기업을 담당하는 경우도 드물다.
거래소 관계자는 "KRP사업은 증권사 등 기업분석업체가 소외시 하는 코스닥사의 홍보를 돕고 투자자들에게 최소한의 기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사업"이라며 "증권사가 자율로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보고서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를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유료 사업인 만큼 증권사들에 보고서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거래소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앞서 보고서를 검토하고 내용이 부실한 경우 해당 애널리스트 등에 수정 및 보충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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