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기지에 위치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외부 전경 [자료: 농촌진흥청] |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내부 전경 [자료: 농촌진흥청] |
농작물뿐만 아니라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식물공장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남극 내륙 중심부의 연평균기온은 -55℃에 달한다. 비교적 온화하다고 알려진 프린스올라프 해안 조차도 최난(暖)월 -0.9℃, 최한(寒)월 -20℃를 보일 정도로 춥다. 남극 중심부의 강수량은 100mm 이내, 연안부에서는 200∼500mm 정도다.
입지와 풍토, 기후 등을 고려하면 남극에선 녹황색은 볼 수 없지만 남극 세종기지만큼은 다르다. 지난 1월 농촌진흥청이 이곳에 설치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에서 녹황색 채소가 재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은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막ㆍ극지 등 농업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도 연중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자동화 생산시스템이다. 환경과 식물의 생육정도를 자동으로 계측해 광(光), 온ㆍ습도, 양액 등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이처럼 정보(IT)기술을 접목해 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관한 연구는 지난 2001년부터 농진청이 추진한 것.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에선 일주일에 약 2kg의 상추를 비롯한 녹황색 채소가 생산된다. 현재 세종기지엔 17명의 연구원이 파견, 일주일간 적정 채소섭취량이 100g 인점을 감안하면 생산량은 충분하다.
이를 개발한 엄영철 농진청 연구관은 "남극기지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이 쉬는시간이면 식물공장에 놀러간다"며 "농작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을 보면 행복과 웃음이 넘치는 공장을 만든 것 같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엄 연구관(56)은 "이번 시설연구가 내 인생의 마지막 연구 프로젝트"라며 "이를 통해 남극쇄빙선 아라혼 등 장기간 항해하는 배 위, 사막 위, 눈이나 얼음 위 등 환경이 열악한 곳에 꿈과 희망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식물공장에선 무농약 재배도 가능하다. 아울러 물, 이산화탄소 및 양액 등의 순환이용으로 작물생산 과정에서 폐기물도 적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땅 속의 지열을 이용해 온실 등 농업시설을 냉난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실용화 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한 기술, 다단으로 설치한 이동식 재배 상자를 이용해 싹채소를 공장식으로 생산, 수직형 식물 생산 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식물공장은 기존 농업에 기계ㆍ전자ㆍ제어ㆍ환경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융합산업으로 농업의 신(新)성장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가 좁고 농산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차세대 식물생산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개발 중인 식물공장과 관련한 원천기술이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미 몇 달 전부터 국내외 기업들이 상용화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컨테이너 1개당 4000여만원의 비용이 든다"며 "현재 상태에서 기업과 손잡으면 비용을 반 정도로 낮출 수 있다. 본격적으로 상용하면 우리나라 수출에 한 몫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uses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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