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은행권이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정작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꺼리고 있어 중소기업 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특히 정부 인증을 받거나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일 수출보험공사와 연간 수출실적 1억 달러 이상의 '트레이드 챔피언' 100개사를 공동 육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2012년까지 3년 동안 선정 기업에 대출 지원, 대출금리 할인,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기업은행도 중소기업청, 기술보증기금 등과 공동으로 수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다. 중기청이 선정한 우량 중소기업과 신용등급 BB+ 이상의 기업에 우대 금융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재무안정성이 양호한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우량기업플러스론'을 판매 중이다. 신용등급 BBB0 이상의 기업이 대상이며 금리우대,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현재 대출잔액은 4085억원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자체 신용등급 BB 이상의 중소기업에 0.5%포인트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최장 1년간 금리 감면 혜택까지 제공하는 '위더스 기업대출'을 지난 4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1조8000억원의 특별자금까지 조성했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금융 담당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해 대출을 해야 한다"며 "가계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아 신용등급이 높아 재무구조가 안정된 중소기업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기에 자금을 공급해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이 때문에 재무구조가 열악한 영세 중소기업들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기청이 우량 중소기업으로 분류한 업체는 5만5250개 정도로 전체 중소기업(301만7787개)의 1.8%에 불과하다. 은행 신용등급 BB 이상을 받는 기업도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서 제외된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44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5000억원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중기청이 중소기업 113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32.4%가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자금부족'을 꼽았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위 잘 나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다 보니 영세 기업에 돌아갈 몫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정부가 보증을 서도 은행 측이 감수해야 하는 손실이 있기 때문에 은행 탓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해당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면 은행에도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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