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프트-3] "불편하면 나가살아라"..막 나가는 '고객서비스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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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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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SH공사가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하자 보수 등 각종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5월 발족한 '고객서비스단'이 오히려 입주민들에게 독설을 내뱉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SH공사의 고객서비스단이 발족되면서 그동안 하자 보수를 전담하던 시공사의 '하자보수전담팀'과 업무가 중복되는 사례가 늘어 보수공사 기간이 길어지는가 하면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SH공사가 몸집을 불리기 위해 고객서비스단을 창설했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2008년 해고한 직원을 2012년까지 모두 복직처리키로 하면서 이들 인원 만큼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단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또 청계천 철거상인 이주를 이한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 홍보비로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등 경영상태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고객서비스단 설치 후 서비스 후퇴?

9일 SH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 공사직원 249명과 일용직 주부모니터요원 273명 등 총 522명으로 구성된 고객서비스단이 발족됐다.

고객서비스단은 급증하는 하자 보수 민원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각 지역별로 구성됐다. 강남·마포·양천·강서·관악·노원·동대문·성북 등 8곳의 서비스센터가 운영 중이고, 각 센터에는 공사직원 30여명이 배치돼 있다.

이외에도 은평뉴타운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센터도 신설됐다. 이 곳에도 공사직원 20여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은평뉴타운 1,2지구를 관리하고 있다.

고객의 소리를 현장에서 듣기 위해 고용된 주부모니터요원은 입주예정자가 입주 전 세대내부를 사전점검할 때 도우미 역할을 맡아 안내를 담당하고, 의문점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설명은 물론 하자 접수도 맡고 있다. 

SH공사는 고객서비스단을 운영하기 위해 연간 155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SH공사 관계자는 "하자보수에 쓰이는 원자재값 등으로 연간 15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인건비만 해도 연간 50억원 가량이 소모된다"고 밝혔다. 특히 일용직으로 고용한 주부모니터요원 가운데 매니저급의 하루 일당이 23여만원으로 책정돼 과도한 임금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예산 투입에도 입주민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자 보수 신청을 위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면 담당자가 없다며 하자 접수를 거부하기 일쑤이고, 담당자와 연결이 되도 친절한 안내는 커녕 '불편하면 나가라'는 식의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 입주민 "집 없는 설움" 실감...하소연

상암지구 입주민 A씨는 "집 없는 설움이 이런 것이냐"며 "20년간 내 집처럼 살 수 있다고 해서 고히 아껴둔 청약통장으로 힘겹게 입주했지만, 민원을 제기하면 '억울하면 나가라'는 식의 대답만 들을 뿐"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같은지구에 사는 B씨는 "발코니 벽면에서 물이새 바닥이 물천지라 서비스센터에 수차례 전화한 끝에 어렵게 연결된 담당자는 '물이 샜으면 닦고 살면 될 것 아니냐. 싫으면 나가라'는 막말을 해왔다"고 토로했다.

반포 래미안 시프트에 거주하는 C씨는 "단열이 안돼 너무 추워서 내 돈을 들여 섀시를 교체하려하자 SH공사 측에선 '집에 손대면 즉시 퇴거조치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입주 후 이어지는 하자 보수 신청에 시공사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주민들은 시공사측이 '일일이 고쳐주다간 남는 게 없다'며 하자 보수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채 발길을 돌리는 일도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강일지구 입주민 D씨는 "시공사 하자보수전담반에 민원을 넣었더니 직원이 나와 '그런 것까지 일일이 고쳐주다간 남는 게 없다. SH공사 측으로 문의하라'며 아예 접수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경래 SH공사 고객서비스단장은 "과거 극소수의 직원이 막말파문으로 발령조치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고객들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 방만경영 언제까지? 

SH공사의 방만경영도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H공사의 부채비율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5년 170%에서 이듬해 390%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에는 505%로 급증했다. 이는 사업비가 무려 2조원에 달하는 동남권유통단지의 대규모 미분양과 시프트 공급 확대가 주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에 통매각 방식으로 점포를 넘기면서 가든파이브의 개장의 길이 열렸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홍보비가 몇천억원에 이르고, 시프트 하자보수 예산도 1500억원에 달하는 등 여기저기서 시민의 혈세가 줄줄 세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2008년 임대관리직 199명을 해고한 이후 공사직원 규모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로 부터 36명을 신규채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당초 공사는 80여명을 충원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가 인원 규모를 축소해 승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08년 해고된 임대관리직원 가운데 169명은 복직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45명은 이미 공사 본사로 복직된 상태다.

SH공사 일반노동조합 관계자는 "복직을 희망하지 않는 몇몇 직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2012년까지 복직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SH공사가 공급한 영구임대주택 등의 관리실에 상주하며 하자 및 민원을 처리했던 직원이다.

그러나 2008년 당시 SH공사가 임대+관리 직영 체제에서 통합관리 체제로 전환하면서 최근 8개 권역별 고객서비스 통합센터가 신설됐다. 결국 줄였던 인원을 다시 충원하고 축소했던 기능을 복구하고 있는 셈이다. 

유민근 SH공사 사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1~2급 간부 9명을 평직원으로 강등시키는 등 강도높은 인사조치를 취하는 등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최근 들어 구조조정보다는 기구 확대 및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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