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외환당국의 '칼'… 시장 영향은?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정부가 13일 선물환 및 외화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내놨다. 급격한 외환 유출입을 통제하고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이다.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은 선물환 거래가 자기자본의 50%, 250%로 제한돼 총량 규제를 받게 됐다. 외화대출은 해외사용 용도로만 엄격히 제한돼 더 이상 외화대출을 통한 국내 투자는 어려워지게 됐다.

◆ 외화대출 규제… 中企 유동성 악영향 가능성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외화대출 용도를 해외사용으로 엄격히 제한키로 했다.

기존에도 원칙적으로는 해외사용만을 허용했으나. 국내 시설투자 자금은 예외로 했다. 국내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445억 달러로 이 중 국내 시설자금 대출은 1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같은 예외가 계속 인정될 경우 불필요한 외화수요를 유발해 자본유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또 국내 경기 회복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져 앞으로 외화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규제 강화의 원인이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경우 시설자금 명목으로 외화를 빌려 상가나 빌딩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며 "비제조업에 대한 외화 대출을 규제하면 단기 외채 증가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화대출 규제 조치가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내 대출시장이 경색돼 외화대출을 원화대출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현재 환율이 외화대출이 급증하던 지난 2005~2007년보다 높아 대출자들의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외화대출의 경우 환율에 따라 상환해야 할 원금 규모도 달라진다.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가치가 오르자 저금리에 엔화를 빌렸던 많은 기업들이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순호 한국은행 국제기획팀 차장은 "그동안 중소업체들이 금리차를 노리고 외화대출을 많이 받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며 "현재 외화대출을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선물환 규제, 외환시장 충격 '제한적'

정부는 이날 선물환 규제를 통해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선물환 포지션을 자기자본의 250%로, 국내은행의 경우는 50%로 제한했다. 수출기업의 선물환 거래한도는 기존 125%에서 100%로 하향조정했다.

이 조치를 통해 과도한 단기자금 유출입을 막아 국내 외환시장의 충격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효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새 기준을 적용해도 국내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에 충분한 여유가 있기 때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자기자본은 지난 3월 말 기준 125조3000억원으로 새 기준을 적용하면 최대 62조6500억원까지 선물환 거래가 가능하다.

이는 국내 6개 조선사들이 국내은행과 거래한 선물환 포지션 35조2000억원의 2배에 달한다. 총 잔액 62조2000억원보다도 4500억원 가량 많다.

외은지점의 경우 선물환 포지션이 현재 자기자본(9조원)의 300% 수준인 27조원이다. 정부 대책인 250%를 적용하면 22조5000억원까지만 거래할 수 있다. 초과분은 4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초과분은 국내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 잔여로 지원할 수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가 남아 있어 실질적으로 규제가 되지 않는다"며 "외은지점도 선물환 거래 대신 통화스와프 거래를 통해 국내은행 선물환 거래를 지원할 수 있어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율 변동성 축소 전망

정부의 완화방안은 외화대출을 억제하고 선물환 포지션 규모를 제한하는 등 양적 규제를 전제로 삼고 있다.

양적 규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 내 외환거래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총량을 통제하면 환율 변동성은 자연스레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원화가치가 남유럽발 재정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악재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ㆍ달러 환율은 그리스 사태와 대북변수가 터진 지난달 20일 이후 10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16.14원이나 움직였다. 이는 올 1분기 일 평균 변동폭 5.6원의 3배에 달하는 크기다.

때문에 정부도 선물ㆍ외환ㆍ통화스와프ㆍ역외선물환(NDF) 등을 포함한 광의의 선물환을 규제대상으로 삼았다.

올 1분기 통화관련 파생상품 거래 중 선물환 비중은 23.9%였던 데 비해 외환스와프 거래는 66.5%에 달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외화자산 회수가능성에 따른 외화유동성 비율 조정 △중장기 재원 조달 비율 90% 이상으로 확대 △현금성 자산 통한 리스크 관리 △외화안전자산 보유 △실물거래 대비 선물환 거래 비중 125% 초과 금지 등의 조치도 환율 변동폭을 줄이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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