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대량 리콜 사태에 대해 기자간담회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가 불거진 지 반년이 지났다. 단시일 내 세계 최대 브랜드로 성장한 도요타가 단시일에 연 판매량인 1000만대에 가까운 리콜을 한 것은 세계 자동차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도요타 처럼 급성장하던 현대기아차와 연이은 도요타 보도로 민감해진 국내 판매 브랜드 역시 자사 차량의 품질 챙기기에 나섰다. 특히 이는 ‘신속한 리콜’ 및 ‘사전 품질 관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혼나기 전에…” 잇따른 자발적 리콜= 도요타 사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리콜 차량의 증가다.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는 문제가 커지기 전에 문제가 신속히 리콜을 실시, ‘제2의 도요타’가 되는 걸 피하고 있다.
지난해 국토해양부에 신고된 리콜은 총 81개 차종에 15만8835대. 그런데 올해는 지난달 18일까지 리콜 대수가 19개 차종에 12만6312대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올해 총 리콜 대수는 지난해의 두 배가 된다.
현대차는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월 말 쏘나타가 국내.미국에서 4만7000대의 리콜을 실시했다. 특히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기 이전에 자체 조사를 통해 리콜을 단행해 ‘불씨’를 미연에 방지했다.
이달 중순에는 기아차가 유럽에서 전략모델 ‘씨드’ 5만6000여 대를, 국내서 ‘모닝’ 2만여 대를 리콜했다. 같은 기간 볼보, 포드, 렉서스, 인피니티 등 수입 브랜드도 500~1000여대의 차량에 대한 리콜을 단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발적이고 신속한 리콜은 제조사의 신뢰성을 오히려 높여준다”며 “소비자의 권리 의식이 강해지며 제조사도 사후 품질 관리도 더 철저해지는 추세”라고 했다.
한편 도요타 사태로 인해 소비자의 차량 결함 신고건수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4월 말까지 소비자보호원, 국토부 등에 신고된 자동차 결함 신고는 총 1400여 건으로 지난해 보다 두 배 이상(120%) 증가했다.
◆‘알고도 모른척’ 급발진 문제는 어쩌나= 하지만 급발진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급발진 추정 사고는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게 문제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4일까지 급발진 관련 상담 건수는 145건에 달했다. 하루 1건 꼴로 급발진 추정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보상을 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지난달 31일 2000년식 벤츠 S600 차량을 몰다 급발진 추정 사고를 겪은 최 씨는 “급발진 증거는 확보했지만 차체 결함을 직접 증명할 방법은 사실상 없어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한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가 급발진을 인정해 소비자에 배상한 사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제조사 측에서도 곤란한 사안”이라고 했다.
단 지난해 말 법원이 “제조사 측에서 원인을 규명하라”며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1심 판례가 나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 이 건은 제조사 측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사고 전후의 차량 상태까지 저장하는 블랙박스를 의무화하는 걸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럴 경우 원인 규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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