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정부와 금융권이 건설업계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이달 말 금융권과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가 예고돼 있는데다 추가로 7월 초 국토해양부가 '부실·부적격 업체에 대한 퇴출 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21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강조함에 따라 정부는 건설업계의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베어낼 곳은 정확히 베어내고, 도려낼 곳은 도려내 새살이 돋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동시에 불만도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칼을 들이대야 하느냐는 것이 업계의 항변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나돌기 시작한 중소건설사 연쇄부도설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쓰러지거나 부도 직전에 와 있는 건설사가 줄잡아 16곳에 이른다.
올해만해도 성원건설, 남양건설, 대우차판매 건설부문, 금광기업, 성우종합건설, 풍성주택, 진성토건 등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또는 법정관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의 의지는 확고하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 등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금융권 동반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평가가 시공순위 150위 업체의 지난해 재무상황을 분석한 결과 총영업이익은 2조63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8% 감소했다. 영업손실을 입은 곳은 전체의 16.8%인 23개에 이른다. 부채비율도 185%로 전년 177%보다 높아졌다.
만기 상황이 돌아오는 건설업계 PF 규모는 이달에만 7조5397억원에 이른다. 9월에는 4조 8530억원, 12월 3조 2133억원이다.
시행사 부도 등으로 시공사인 36개 건설사가 갚아야하는 PF우발채무는 45조7000억원, 이 중 75%인 34조3000억원은 2년 내, 24조원은 올해말까지 상환을 해야 한다.
PF우발채무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주택사업에 목숨을 내걸다시피한 시행사가 미분양, 저조한 입주율 등으로 부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4월말 기준 11만409채다. 이 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4만9592채에 이른다.
채권은행들은 건설업계 부실이 타 산업으로 전이되는 일을 막기 위해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1차 평가는 이달 초 이미 끝냈고, 2차 평가는 20일께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2주간의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7월초 확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으로부터 명단을 넘겨 받아 심사중인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 부실업체 명단을 금융권의 신용위험평가 결과와 통합해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6개월 이상 더 지속시키면 건설산업의 붕괴까지 우려할 수 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건설업의 체질개선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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