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올 상반기까지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공수표'가 됐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민영화 방안 마련을 주도해 온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일부 위원의 해외 출장까지 겹치면서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우리금융 지분을 매입할 마땅한 투자자가 없다는 것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민영화 방법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많은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영화 작업 자체가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7월 중순 이후 논의 재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가 미뤄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올 상반기까지 발표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해 결과적으로 죄송스럽게 됐다"며 "7월 중순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사태 등으로 거시적인 측면에서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 부처 간의 협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자위 위원 몇명이 해외 출장에 나선 것도 일정이 늦춰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 우리금융 지분 매각을 위한 시장 여건이 덜 성숙했다는 것도 민영화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은 56.97%. 절반만 매각하더라도 4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이 정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하나금융지주 외에는 마땅한 인수 파트너가 없는 상황이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후보 시절부터 우리금융에 대한 인수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왔지만 최근 비난 여론에 직면하면서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도 민영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이 법정에 서게 된 사건이 우리금융 민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인수합병? 분리매각? 블록세일?
우리금융을 어떻게 매각할 지는 확정된 게 없다.
국내외 금융회사와 우리금융이 대등 합병하는 방안, 우리금융 계열사를 따로 파는 방안, 지분을 잘게 쪼개 복수의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 지분 매각 입찰을 시작한 후 입찰자가 제출한 투자제안서를 검토한 후 매각 방법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우리금융 계열사 중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은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우리금융의 인수 파트너를 고르는 것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민영화 방안 발표가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야 한다. 매각 주간사가 확정되면 우리금융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고, 실사 결과가 나오면 입찰을 시작한다.
제안서를 제출한 입찰자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게 되며, 복수로 선정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치려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는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연내 매각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하지만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 더 늦춰질 수 있다"며 "공적자금이 투입된 다른 기업들처럼 우리금융 매각 작업도 쉽게 결론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