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충현 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기업용SW 시장은 외산업체에 상당부분 잠식된 상태에서 최근 대표적인 국내 SW업체들이 경영위기, 매각, 대표 교체 등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토종 SW업체의 위기를 대변하는 것은 티맥스소프트다.
티맥스소프트는 지난달 28일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에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지난해 사업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티맥스소프트는 매출 802억원, 영업손실 314억원, 당기순손실 678억원 등 큰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 현재 부채 규모는 1520억원에 이른다.
티맥스소프트는 지난 2008년 순수 국내 SW 개발 업체로는 처음으로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만큼 대표적인 토종SW업체였다.
특히 외산업체들이 대부분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 PC 운영체제(OS) 시장에 토종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티맥스소프트는 지난해 7월 '티맥스윈도'라는 OS를 선보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MS의 국내 PC OS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티맥스소프트의 DMBS 제품 역시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오라클, IBM, MS 등 외산업체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역부족이었다.
한글과컴퓨터(한컴)도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컴은 대표적인 토종 문서작성SW '아래아 한글'로 국내 시장에서 단단한 입지를 굳혔지만, 결국 글로벌 업체 MS에게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당한 상황이다.
국내 문서작성SW 시장에서 MS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한컴의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면서도 지난해 매출 487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으로 7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한컴은 이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셀런에 인수된 후 1년여만에 또 다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다양한 SW 육성책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며 "중소벤처업체들이 대부분인 만큼 초기단계의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 및 제품 개발 과정까지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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