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검사 인력을 대거 확충하기로 한 데 대해 금융위원회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갈등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두 기관이 자주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여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30여명인 저축은행 검사 인력을 2배 가량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증폭되는 등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이를 관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친 후 외부 전문가 영입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탐탁히 않은 기색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감독 수요가 생길 때마다 인력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인원은 한번 늘려 놓으면 다시 줄이기가 쉽지 않다"며 "불필요한 곳에 너무 많은 인력이 배치돼 있지 않은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할 분야가 생기면 일단 기존 인력을 그 쪽으로 집중하는 것이 맞다"며 "내부에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각 기관에 인력 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금융공기업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만 인원을 확충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업무량이 종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며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인력을 쉽게 늘리기 어려운 처지"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인원 확충안을 비롯해 금감원과 금융위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 금융감독 업무의 효율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소비자 보호법 도입을 놓고 두 기관이 이견을 보인 바 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관련 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동조하고 있는 반면, 금감원은 기능 축소를 의식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차피 한지붕 가족인데 자주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좋지 않다"며 "수뇌부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막상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서는 서로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잦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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