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국내 수주 올해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리면서 예년엔 신경쓰지 않던 작은규모의 사업이라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대형사들은 몇년전부터 중견 건설사들의 텃밭이었던 재건축·재개발 수주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최근에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최저가낙찰제 시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턴키사업 위주로 공사를 진행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3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순위 20위권 건설사들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낙찰받은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26건으로 20위 이하 전체 건설사가 수주한 40건에 절반을 넘는다. 또 최근 2~3년 같은기간에 대형건설사가 낙찰받은 평균건수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다.
상위 20위 건설사들의 건설공사비 낙찰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5월까지 20위 건설사 낙찰율은 70.62%로 20위 이하 69.29%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지난 4월에는 20위 건설사의 낙찰율(61.35%)은 20위 이하 전체 건설사의 낙찰율(66.88%)보다도 낮았다.
저가 수혈을 불사하고라도 우선 수주를 하고 보겠다는 심산이다.
실적 위주의 이 같은 수주경쟁은 대형사들이 연 초 세운 수주목표 달성이 어려우면서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들은 연초, 올해 수주 및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5∼30% 정도 늘려 잡았다. 하지만 상반기 공공공사 발주물량(19조8000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31조8000억원)에 비해 37.7%로 줄어들면서 수주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내 건설사의 상반기 수주 실적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제외하고 연초 목표대비 평균 3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하반기에도 대형건설사들의 수익성 적은 공공공사 따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당초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대형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거의 없어 수주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반적인 수주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견건설사들은 자신들이 주로 맡아온 시장을 대형사에 내놔야 하는 형편이어서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 상반기 대부분의 중견건설사 공공공사 수주실적은 1000억~2000억원대로 예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공공공사 수주시장에 혈전이 벌어지면서 시장 자체도 진흙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수주업체인 종합건설사들이 저가 수주에 따른 공사대금 부담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겨 건설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최근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무리한 아파트사업 때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저가수주에 따른 출혈경쟁 때문이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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