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하면서 대중소기업 사이의 상생협력에 대한 고민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자가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중소기업 고위 관계자들도 봇물 터지듯 그간 대기업의 납품단가 압박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기업들은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다”며 “시간이 지나고 대기업들은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크게 깎인 납품단가는 답보상태”라고 푸념했다.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에 생산 물량의 절반 이상을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의 설명은 더 절박하다. 이 기업은 금융위기 전까지 1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너무 높았던 영업이익률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납품단가가 절반 가까이 하락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자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은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오히려 두려워한다”며 “코스닥 상장 업체들은 좋은 성과를 내고도 대기업들의 단가 인하 압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 관계자도 목청을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전자기업의 고위 인사는 “국내 전자기업들은 해외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도 중요한 요소인 만큼 협력업체들의 원가절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동개발·임직원교육·자금지원 등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며 “완성제품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국내 중소기업들이 시장경제에 적응하기 위한 원가절감 노력보다는 정부 정책 등에 기대려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상생협력에 대한 갑과 을 사이에 이해의 장벽이 존재하고 있는 것. 최근 글로벌 전자시장은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 선진업체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고, 애플·구글 등 새로운 도전자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에 맞서 우리 전자산업이 세계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양측의 양보와 이를 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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