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이란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한 가운데 정부와 금융권이 사실상 대이란 제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중소기업중앙회, 시중은행, 대이란 수출업체들,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동참 요청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이라 하면서도 시중은행들에 사실상 지침성 통보를 했고 시중은행들은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 매입을 중단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 6일 기획재정부는 본 은행에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이 발효됐다고 통보했다"며 "그 후 우리는 7월 초순에 대이란 수출업체들에 7월 8일까지 개설된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은 매입해 주지만 7월 9일부터 개설된 신용장에 대해선 매입해 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거래하는 대이란 수출업체들에 똑같은 내용을 통보했다"며 "비록 정부가 아직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거래를 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과 계속 거래를 하면 미국에 개설된 국내 은행 계좌들이 모두 폐쇄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국내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담당자들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통상부는 "정부는 지난 7월 1일 발효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 통합법안의 내용을 국내 관련부처·기업 및 금융기관 등에 전달·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이란 수출업체들은 심한 경우 대이란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이란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A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달 12일 거래은행으로부터 "7월 8일까지 개설된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은 매입해 주지만 7월 9일부터 개설된 신용장에 대해선 매입해 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또한 이란에 파이프 라인을 수출하는 B사는 지난 달 초순경에 거래은행으로부터 A사와 같은 통보를 받아 지난 달 9일 이후로는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을 시중은행에 통보하면 시중은행은 그것을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지침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는데 은행들이 먼저 알아서 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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