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일본 정부의 개입발언에도 엔화 가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통상 엔고가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 제품들은 일본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는다.
이는 한국과 일본과의 수출경합도지수가 0.73(6월 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출경합도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양국의 수출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을 뜻하며,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수출기업들이 엔고 효과의 톡톡히 보기 위해서는 기술 자립도가 관건이다.
자동차ㆍ조선ㆍ화학 등 기술 자립도가 높은 산업들은 '슈퍼 엔고'로 수출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반면 IT기업들은 높은 일본 의존도로 제품생산 비용이 증가, 가격 경쟁력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 더블딥 우려와 중국의 일본 국고채 매입으로 엔고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관련 기업들의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車·조선·화학 '맑음'
슈퍼 엔고의 이번 최대 수혜 업종은 자동차가 꼽힌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지난 17일 발표한 '엔고 구간에서의 투자전략'에 따르면 자동차의 '상관계수'(원-엔 환율과 업종별 영업이익의 관계)는 0.67로 대상 업종 중 가장 높다. 엔화 가치가 상승할 때 영업이익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엔고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5월 월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빅3의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조선사들도 최근 수주 재계 움직임과 맞물려 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잇따라 수주에 성고하고 있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 시 가격이 높아진 일본 화학제품 역시 한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 애널리스트는 "엔고는 실질적으로 한국과 기업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최근의 엔고 현상은 올해 4분기(9월)부터 국내 기업의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의존도 높은 IT '울상'
하지만 반도체ㆍ전자ㆍ디스플레이 등 IT업체들은 일본에 에 핵심부품 및 제조장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엔화 강세가 달갑지 않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운영장비 국산화율은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술 장벽이 높은 전공정 장비나 재료 부문의 국산화는 60%를 겨우 넘긴 상황이다.
또한 국내 IT업체들이 일본 업체들보다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엔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미비하다. 따라서 엔고 아래에서는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보다는 원가가 높아지는 역효과가 더욱 크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엔고로 직접적인 피해는 아직까지는 없다"면서도 "(엔고 현상이) 길어지면 수출경쟁력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엔고 얼마나 가나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정부 개입 발언에도 엔고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재정 위기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화가 선호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달러에 집중된 외환보유액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으로 일본 국고채를 매입하고 있어, 엔고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엔고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일본은 무역 흑자국이기 때문에 엔화 선호 현상을 이어질 것"이라며 세심한 주의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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