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신한금융지주의 내분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신상훈 사장과 라응찬 회장에 대해 각각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경영권 판도가 '시계제로'로 빠져들고 있다.
잘 나가던 신한금융이 수렁에 빠진 데 대해 라 회장이 장기집권에 지나치게 집착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후계구도를 탄탄히 구축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는 분석이다.
![]() |
||
라 회장은 지난 1999년 3연임 중이던 신한은행장에서 물러난 뒤 2001년 지주회사가 설립되자 회장을 맡으며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이후 틈이 날 때마다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10년 동안 회장직을 지키고 있다. 신한은행장 재직 기간까지 합치면 최고경영자(CEO)로만 19년째다.
라 회장은 2003년 조흥은행 인수가 마무리되자 "나의 역할은 끝났으며 임기와 관계없이 시기만 찾고 있다"며 조기 퇴진의 뜻을 내비쳤다.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은 최영휘 전 사장.
그러나 라 회장의 퇴진도, 최 전 사장의 경영권 승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2년 후인 2005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을 앞둔 시점에 라 회장은 최 전 사장을 경질했다.
신한은행 주도의 통합을 기대했던 라 회장 입장에서는 두 은행의 대등 통합을 주장한 최 전 사장이 눈엣가시였다.
당시 최 전 사장이 재일교포 자본 의존도를 낮추고 BNP파리바 등 외국계 자본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했던 것도 경질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 노조가 라 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라 회장은 자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2007년 라 회장은 3연임에 성공하면서 이인호 전 사장과 신상훈 사장으로 이어지는 후계 구도를 마련했으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권력을 넘기지 않았다.
이 전 사장은 임기를 마치고 쓸쓸히 퇴임했다.
라 회장은 지난 3월 전무후무한 4연임에 성공했다. 본인은 고사했지만 주위에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해 확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임을 권유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4연임을 수락한 것은 신 사장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 사장은 라 회장을 12년 동안 수족처럼 보필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이번 사태가 터졌다. 후계구도 구축을 차일피일 미뤄오는 동안 쌓여왔던 부조리가 한꺼번에 폭발한 셈이다.
◆ 경영진 내분에 외풍 거세질 듯
신한금융은 외풍을 거스르는 유일한 금융그룹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결국 내홍으로 흔들리고 있다.
경영권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신한금융 사태와 관련해 "모범적인 회사였는데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게 돼 안타깝다"면서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추이를 지켜본 후 사태 수습을 위해 당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늬앙스로 들린다. 신 사장과 라 회장, 이 행장이 모두 패자가 되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