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현대건설 인수후보에 대한 평가기준이 이번 주에 나온다. 이전과는 달리 가격을 제외한 부문의 비중이 승부를 가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인수후보 평가기준에 비가격 요소가 캐스팅 보트로 등장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앞서 매각이 추진됐던 2006년 대우건설의 인수대상 평가기준에서 인수 가격이 67점, 자금조달 계획과 경영능력 등을 포함한 비가격 부문이 33점이었다”고 말했다.
33점 만점인 비가격 부문에는 자금조달 능력(12점), 경영능력(8점), 진술보증과 손해배상 조건(11점), 매각 성사 가능성(2점) 등이 포함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에서도 비가격 요소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우리 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 인수자금 조달에선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까지 진행된 대형 인수합병 사례에서도 최고 매각가를 제시하는 것보다 기업의 도덕성, 노사관계, 시너지 효과 등 비가격 요소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 변수가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현대그룹의 입장은 채권단으로부터 재무약정 체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현대그룹은 자금 조달 평가 항목 가운데 ‘입찰자의 재무능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고민이 있다.
또 현대그룹은 독일의 M+W그룹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어, ‘자기 자금 투자 비중’(1점) 항목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건설 채권단으로서도 가격 이외에 비가격 요소에 비중을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채권단 한 관계자가 “본 입찰이 임박하면 비가격 요소를 포함해 평가기준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진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0월 22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매각 가격을 높이는 데만 치중할 경우 금호처럼 소위 ‘승자의 덫’에 걸릴 수 있지 않느냐”는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정성적(비가격 부문) 평가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말해 힘을 실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비가격 요소에서 차별이 크면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인수전의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경영자의 도덕성 문제가 중요한 평가 잣대로 부각되면 현재 입찰 예상가 3조5000억~4조원의 15%인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패널티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06년 4월 당시 김우석 캠코 사장이 “만약 도덕성 문제로 -10점을 받았을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입찰가의 15% 정도는 더 써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근거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모두 비재무적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12일로 예정된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평가기준 다듬기에 들어간 금융권의 공향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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