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4개월 만에 미소금융 대출신청을 승인 받았다는 서울 남대문 지하상가 운영회장 이모씨(65)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미소금융 전통시장 소액대출제도가) 힘든 사람을 도와주자고 만든 것인데, 이토록 승인이 힘들어서야 되겠느냐"며 "(구청) 담당직원도 해준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전통시장 소액대출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관할 구청 공무원의 무성의한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2일 서울의 주요 재래시장 상인회와 관할 구청, 미소금융중앙재단 등에 따르면 구청 담당공무원과 미소금융재단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재래상인들은 미소금융 이용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공무원들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정부가 서민 지원을 위해 도입한 미소금융제도의 취지가 빛을 잃고 있는 것.
한 상인은 "정부가 하는 일을 구청 직원들은 (이런 제도에 대해) 깜깜하게 모르고 있다"며 "이미 지원 받은 다른 시장의 상황을 알려줘도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만 들었다"고 해당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이러한 태도는 혹시 모를 대손비용 발생에 지레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소금융제도는 지원금 미상환에 대비해 구청과 미소금융재단 측이 각각 3.6%씩(총 7.2%) 대손율에 대한 책임을 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청측은 행정상 업무 때문에 지원이 늦어졌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대출 승인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미소금융중앙재단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남대문시장 관할 구청인 중구청 관계자는 "미소금융재단이 작성해준 협약서에 독소조항이 있어서 수정을 요구하고 서울시와 협의하느라 늦어졌다"며 "구청은 오로지 미소금융중앙재단에 신청인을 추천하는 역할만 하고, 최종 대출 승인 결정은 미소금융재단이 한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이야기는 또 다르다. 중앙재단은 상인들에게 서류만 있으면 구청 승인이 가능하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중앙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실사과정에서 상담과 시장규모 파악 등 외형적인 것만 담당한다"며 "많은 부분을 각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지원은 지자체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무원들의 보신주의와 미소금융의 떠넘기기식 태도가 애꿎은 영세상인들만 울리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한편 미소금융의 전통시장 소액대출 심사에서 통과한 재래시장은 서울시내 290개 시장 중 39개에 불과하다. 남대문 지하도상가는 심사에 통과한 39개 중 하나다.
JohnPilg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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