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지난달 담뱃값을 대폭 올렸던 일본이 이번엔 호시탐탐 맥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판매량이 급증한 '제3 맥주'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고민하는 눈치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세제(稅制)조사회는 제3 맥주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 2011 회계연도 세제 개정 시 반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에서는 맥아 비율이 66.7% 이상인 원조 '맥주'에는 350㎖ 캔맥주를 기준으로 주세(酒稅) 77엔을 부과하지만, 맥아 비율이 25% 미만인 '발포주'에는 47엔, 맥아를 아예 넣지 않았거나 발포주에 소주 등을 섞은 '제3 맥주'에는 28엔을 매긴다.
문제는 장기 불황에 따라 원조 맥주나 발포주의 판매량이 줄고, 제3 맥주의 점유율이 크게 늘면서 주세 수입도 덩달아 감소했다는 점.
올해 1∼9월 출고량을 기준으로 원조 맥주의 점유율이 49.4%로 50% 아래로 떨어진 반면, 발포주는 17.4%에 그쳤고, 제3 맥주는 33.2%에 이르렀다. 9월만 보면 제3 맥주 점유율은 35%를 넘었다.
이런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정부가 제3 맥주 증세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정하긴 했지만, 저가의 제3 맥주로 불황의 시름을 달래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 맥주 시장에서 판매량을 크게 늘린 한국산 제3 맥주가 엉뚱한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일자 아사히신문에는 '최근 한국산 제3 맥주가 캔 1개에 90엔을 밑도는 가격으로 등장했다. 수입원이 일본의 법률에 근거해 (낮은) 주세를 걷고 있어, 민주당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논리가 소개됐다.
하지만 올 1∼9월 출고량과 수입통계 등을 종합해볼 때 일본 내 제3맥주 유통량 142만5808㎘ 중 OB와 하이트 등 한국산은 8566㎘로 6%에 불과했다. 한국산 제3맥주를 핑계로 세금을 올리기에는 비중이 너무 작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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