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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춤꾼, 유럽의 심장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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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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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무용 공연은 본 적이 있지만, 한국인들의 무용 공연은 처음 봤어요. 느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4일(현지 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의 무용극장 '탄츠하우스 nrw(이하 탄츠하우스)'에서 만난 로버트 크루즈릭스 씨는 이날 저녁 관람한 '코리아무브스(Kore-A-moves)' 공연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춤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움직임이 아주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저녁 한국의 춤꾼들은 독일에서 의미있는 무대를 연출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무용 극장들 중 하나인 탄츠하우스에서 한국 무용수들이 '코리아무브스'란 이름으로 당당히 한국 무용의 현재를 보여준 것.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한국의 공연기획단체인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가 독일의 탄츠하우스 측과 3년여간 준비해 성사시킨 이번 '코리아무브스' 프로젝트는 10개의 한국 무용단을 유럽 8개국에서 11월 한 달간 소개하는 행사다.

실력있는 무용수들 몇몇이 개별적으로 유럽 무용단에 들어가 활동하거나 공연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무용단이 한꺼번에 유럽 무대에 올라 한국의 무용 흐름을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첫 무대로 '유럽 댄스하우스 네트워크(EDN)'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독일 뒤셀도르프의 탄츠하우스에서 4차례의 공연이 이뤄진다.

지난 2일 전야제 성격으로 이뤄진 한국 전통무용 공연을 제외하고 공식 개막작이라 할 수 있는 2팀의 공연이 4일 탄츠하우스 무대에 올랐다.

안무가 손인영이 이끄는 '나우무용단(NOW Dance Company)'과 안성수가 이끄는 '안성수픽업그룹(Sungsoo Ahn Pick-up Group)'이 한국의 전통적인 장례문화를 현대적으로 구성한 '3일밤 3일낮'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춤으로 만든 '봄의 제전'을 각각 선보였다.

저녁 8시를 넘어 극장 문이 열리자 350석 규모의 아늑한 객석이 거의 찼다.

나우무용단은 한 인간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3일간의 한국식 장례 절차를 장구 장단, 상여가 등 다양한 전통음악에 맞춰 때론 느리고 무겁게, 때론 빠르고 격정적인 몸짓으로 표현했다.

관객들은 간간이 등장하는 한국말이나 화투 놀이 같은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한 인간의 죽음을 마주하는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 표현과 한국의 전통춤이 녹아든 독특한 몸짓을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봤다.

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안성수픽업그룹의 '봄의 제전'은 세계적인 수준에 견줘도 손색 없는 세련된 안무와 5명의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역동적이면서도 유연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환호성과 함께 큰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 후 진행된 '안무가와의 대화'에도 적지 않은 관객들이 참여했다.

한 관객은 안성수에게 "희생과 관련한 주제를 잘 표현해 인상적이었다"며 "음악을 피아노로 즉석에서 반주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객은 손인영에게 "공연을 보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장례식 문화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탄츠하우스의 예술감독인 베르트람 뮐러는 "'봄의 제전'은 수많은 안무가들에 의해 다뤄진 작품이지만, 늘 무겁게 표현된데 비해 안성수의 작품은 음악의 색다른 면을 보여준다"고 평했고 손인영의 작품은 "진지한 소재를 다뤘는데, 전통과 현대적인 것의 결합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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