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위)의 양적완화 정책발표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미연준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6000억 달러의 장기국채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중국 등 세계 주요 정책당국자들은 미 양적완화정책이 자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를 우려를 표명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하에서는 각국이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알아보고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요약하면,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원화강세를 통해 국내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영향력의 정도는 미국의 양적완화정책과 이에 대한 국내정책대응의 결과에 달려있다.
먼저 미국이 실시한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게 배경을 살펴보자.
양적완화 정책이란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준위가 미국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장기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 연준위가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하고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경제가 이미 제로금리상황 또는 유동성함정에 빠져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작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동성함정에 빠진 경우 미 통화당국이 정책금리가 이미 제로수준에 도달해 더 이상 단기금리를 제로금리이하로 끌어내릴 수가 없다.
경제가 유동성함정의 덫에 걸려들면 일본의 경우처럼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는 빠져나올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방치해둘 수 도 없다. 대신 단기금리대신 중장금리를 통해서는 가능하다. 유동성함정에 빠진다 하더라도 중장기금리는 일반적으로 단기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통화당국이 유동성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정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양적완화정책시행으로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금리인하, 소비확대, 달러약세- 채널이 제대로 작동해야한다.
먼저 양적완화로 먼저 중장기금리가 원하는 수준만큼 충분히 인하되어야한다. 다음으로 중장기금리인하가 소비나 투자심리를 부추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양적완화가 물가 또는 달러약세를 자극해야한다. 달러약세는 미국무역 상대국들의 통화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한편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자본유입과 원화대비 달러가치의 약세체널을 통해 국내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 풍부한 달러자금이 경제 기초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신흥국인 우리나라로 주식, 채권, 외화차입의 형태로 유입될 것이다.
특히 금리차이를 예상한 채권투자자금의 유입이 예상된다. 미국정책금리가 제로수준에서 장기화되는 반면 국내에서 물가상승압력존재로 정책금리인상이 당연시되어 있어 국내외 금리차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대심리에 편승하여 해외자금이 국내 국공채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국내로 달러자금이 과다하게 유입되면 달러대비 원화가치가 상승하게되어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수출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은 자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체널이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양적완화로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유발, 가계부채부담의 경감, 그리고 다른 통화대비 달러약세를 통해 미국경제의 내수를 진작시키던가 또는 수출을 증가시켜 미국 경기를 부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를 통한 달러약세체널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으로부터 자본통제정책이나 외환시장개입정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과다한 달러유입은 우리나라 경제에 여러 면에서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방어적 차원에서 자본통제정책이나 외환시장개입정책시행이 예상된다.
예컨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재도입하거나 국내은행의 외환포지션을 강화시키는 움직임이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감안해보면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경기부양이라는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미국내에서 내수진작체널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할지 모른다.
양적완화정책에 맞서기 위한 상대국들의 정책대응-자본통제나 외환시장개입-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미국이 원하는 수준만큼 달러가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달러약세를 통한 양적완화정책의 실효성은 다분히 회의적이다.
따라서 양적완화정책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그 정도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책대립결과에 좌우될 것이다.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미국경제의 내수진작효과여부와 우리나라 자본유입관리정책 내지 외환시장개입정책대응의 강도에 따라 국내 환율과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향후 미국의 양적완화정책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들의 정책대립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대립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해외자본의 유출입관련 변동성이 확대되며 이에 따라 원/달러, 금리,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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