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글로벌 자본이 기업공개(IPO)시장에 대거 몰리면서 IPO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류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 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미국·아시아·유럽 시장에서 취소 혹은 연기된 IPO 규모는 55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취소 혹은 연기된 IPO 거래도 150건에 달했다.
올해 글로벌 자금은 대거 IPO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톰슨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두달간 글로벌 IPO 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2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금 유입이 증가한 만큼 IPO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규모도 늘어났다. 일례로 지난주 홍콩에서 중국 동물사료 제조회사인 블루스타아디세오누트리션은 15억 달러에 달하는 IPO를 포기했고 풍력발전회사인 다탕재생에너지도 시장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IPO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전기회사 유로십에네르고(EuroSibEnergo)도 역내 시장취약성이 높아지면서 150억 달러 규모의 주식상장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230억 달러의 거래가 중단됐고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각각 200억, 120억 달러 규모의 IPO가 답보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이 IPO를 잇따라 중단한 데는 최근 몇주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대출시장의 유동성은 늘어난 반면 주식시장은 여전히 변동폭을 키우며 불안한 상황이다.
펀드조사기관인 EPFR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주식시장에서 610억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하는 사이 채권시장에서는 3800억 달러 자금이 순유입됐다.
결과적으로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등 글로벌 자본은 기업을 변동성이 높은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보다 부동산 등 대체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냉동고 제조업체인 아메리콜드는 지난 5월 6000만 달러규모의 IPO계획을 포기하고 상업부동산담보채권시장에 투자해 6000만 달러를 조달받았다.
마크 윌리엄스 노무라 주식자본시장대표는 "최근 투자자들의 IPO 자금여력이 한풀 꺾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존 치리코 씨티그룹 자본시장부문 공동대표는 "지금 IPO시장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인수기업(Buyer)이 아니라 피인수기업(Seller)의 부족"이라며 "피인수기업들은 포기하는 자산의 가치가 좀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IPO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전력업체인 후아넹리뉴어블과 충칭농촌상업은행은 10억 달러가 넘는 IPO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댄 커밍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주식자본시장대표는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양질의 IPO시장이 필요하다"며 "(IPO를 통해) 위험부담을 고려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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