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이사회는 3일 자체적으로 운영할 새로운 핵연료은행 설립안을 35개 이사국 중 28개국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날 투표에는 각국의 민간 핵 프로그램 개발 권리가 침해될 것을 우려한 베네수엘라와 튀니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는 기권했고, 파키스탄은 사전에 표결 불참을 선언했다.
핵연료 은행의 설립은 지난 2006년 말 세계적인 억만장자이자 자선사업가인 워런 버핏이 5천만달러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버핏의 기부금 제공 약속 이후 작년 3월 쿠웨이트 정부가 1천만달러를 제공키로 했고, 미국, 유럽연합, 노르웨이, 아랍 에미리트(UAE) 정부도 이에 동참해 현재 약속된 기부금 총액은 1억5천700만달러에 달한다.
새 핵연료은행은 민간 원자로에 필요한 연료를 생산하는 자체 농축 프로그램 개발을 원하는 국가들에 대안을 제공하게 된다.
핵연료은행이 발전용 우라늄을 공급할 경우 국가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핵무기 확산을 제한하는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새 핵연료은행이 어디에 설립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은행이 원자로 1기를 가동할 수 있는 80톤 규모의 연료를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초 러시아에서도 핵연료은행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IAEA가 이 은행의 운영을 지원할 예정지만 이는 국제적 기구는 아니고, 러시아 자체 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워런 버핏은 4일 `뉴욕 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의 확산은 인류가 직면해 있는 최대의 현안"이라면서 핵연료은행에 대한 투자는 안전한 세계의 건설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핵연료은행의 설립을 지지해온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샘 넌 전 상원의원은 "핵연료은행 설립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며 "이는 핵확산의 위험을 감소시키면서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 핵연료은행과 러시아 핵연료은행은 모두 IAEA 이사회가 승인한 것으로, 상업적인 거래가 중단될 경우 핵연료 공급을 보장하게 된다. 특히 이번에 승인된 핵연료은행은 IAEA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정치적 이유로 핵연료의 상업적 공급이 중단될 것을 우려하는 국가들을 안심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글린 데이비스 IAEA 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승인을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에 대한 모든 국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핵무기 없는 세계로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환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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