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드디어 한미 무역협상 타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WSJ은 "이번 협상이 길고 이상한 여정(a long, strange journey)"라면서 뒤늦은 협상 타결을 비난했다.
특히 한미 FTA 비준이 지연됨으로써 미국 경제의 손실은 물론이고 경제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신뢰도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번 추가 협상에서 2007년 협정이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라면서 한국이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분야 등에서 상당 부분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 입장에서는 자동차 등 일부 분야에서 2007년 협정보다 더 나아진 부분도 있으나 3년이라는 시간적인 비용을 들인데다 자동차 관세철폐 시한 등 일부 개정된 내용은 오히려 더 불리해졌다고 분석했다.
내년 7월 발효되는 한·유럽연합(EU) FTA에서 한국이 4년간 8%의 자동차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키로 한 것과 관련, WSJ는 "향후 몇년간 미국 자동차 업계는 제로(0) 관세의 이익을 누릴 수도 있었는데 이를 놓치게 됐으며 이후에는 유럽 자동차보다 비싸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농업 부문에 있어서도 2007년 협정이 훨씬 유리했다면서 한·칠레 FTA로 인해 칠레산 농산물의 한국 내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협상 타결은 미래의 미국 대통령들에게 이른바 '무역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훈이 될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
지난 2008년 대선기간 한미 FTA에 반대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협정으로 인한 이익을 깨달았으나 과거 반대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07년의 '훌륭한 협정문'보다 크게 나아진 게 없다고 WSJ은 평가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한미 FTA를 지지하고 2009년에 의회 비준을 압박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가장 큰 실수는 자동차업계의 로비를 받아들임으로써 다른 부분의 협정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도록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미자동차노조(UAW) 등 노조의 반(反)국익적인 활동에 동조함으로써 '리더십의 실패'를 초래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미국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 앞으로 정치적인 자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WSJ은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있지만 여전히 협정 내용은 '훌륭하다(excellent)'며 의회 비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존 뵈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의회 비준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고 뵈너 대표는 한.미 FTA 비준안을 콜럼비아, 파나마와의 FTA건과 일괄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비준이 더 쉬워질 전망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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