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지검장은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한화그룹 수사와 관련해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회사의 부채를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갚았다”고 밝혔다. 현직 검사장이 수사 중인 사건 내용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 지검장은 “수백 개 차명계좌의 자금 흐름을 따라가 보니 천문학적 액수의 출처 불명인 자산을 파악했다”며 “이 가운데 차명 주주 명의의 부실회사가 갖고 있는 약 3500억원의 빚을 한화의 정식계열사 돈으로 갚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하며 배임혐의를 주장했다.
또 “한화 계열사들은 이 사실을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기업세탁을 자행했다”고도 했다.
한화그룹도 겨냥했다. 남 지검장은 “수사공보 준칙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취재에 응했는데 한화그룹은 수시로 언론에 자신들의 주장을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폭발했다. 그는“3개월 동안 대부분 위장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왔는데도 이를 ‘싹쓸이식’ 수사라고 비판한다”며 “정치인에 대한 로비수사를 언론이 목표로 제시한 뒤 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용두사미’라고 보도하는 관행이 맞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검찰이 밤잠 설쳐가며 3개월간 열심히 수사를 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속상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최근 서부지검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풀 열쇠를 쥔 것으로 지목한 한화그룹 홍동욱 전 재무총책임자(CFO)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돼 수사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니 “얼마나 하소연을 하고 싶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기업입장에서는 온갖 설만 난무한 채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가 빨리 종결돼 경영 정상화가 되길 바란다. 국민도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남용되길 바라지 않는다. 검찰의 한화그룹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나온 남 지검장의 ‘자기주장’이 공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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