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설비 증설이나 채용 등의 투자를 미룬 채 현금성 자산만 늘려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비금융권 기업들이 지난 9월말 현재 보유한 현금과 여타 유동성 자산 규모가 1조9천300억달러로 6월말 1조8천억달러보다 늘었다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료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이런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기업들의 총 자산규모의 7.4%에 달하는 것이며, 이 비율은 지난 195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경기회복세가 극도로 부진하고 실업률 상승과 가계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투자를 꺼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또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 투자해도 별다른 투자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런 현금성 자산 보유 확대는 불황 속에서도 혁신적인 제품 개발로 수익원을 창출해가고 있는 IT기업들에서 두드러진다. 이 업종은 전통적인 '굴뚝산업'이나 소매업처럼 재고나 공장, 설비 등에 많은 자금이 묶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술기업들이 보유한 현금과 단기투자 규모는 약 3천520억달러로 추산된다.
기업별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432억5천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시스코 시스템즈 389억달러, 구글 334억달러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은 지난 2000년 이른바 '닷컴 버블'의 붕괴 이후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늘리는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해왔고 최근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시기에도 이런 전략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호전되고 사업전망이 개선된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자금이 넘쳐도 채용이나 설비 확대, 인수합병(M&A) 등의 투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자금 사용처가 여의치않으면 차라리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IHS글로벌 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베튠은 "그들은 보수적인 전략을 사용해 그동안 잘해왔다"면서 "그들이 왜 그런 전략을 버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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