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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가슴 뛰게 하는 ‘꿈’이 있는가.
이 이야기는 결코 십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꿈을 가진 이라면 누구에게라도 가슴 깊이 다가올 이야기다.
때는 1984년. 세계대전 후 극도로 피폐해진 영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가렛 대처 수상이 탄광을 폐쇄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이런 복잡한 시대상황은 차치하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다. 탄광촌에 어느 작은 소년이 있었는데 이 소년의 이름은 ‘빌리’. 빌리는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 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살고 있다. 아직 11살밖에 안되는 어린 나이지만 어느 날 우연히 발레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발레리노로서의 삶을 꿈꾸게 된다. 이런 빌리의 천재성을 발견한 윌킨슨 부인은 그에게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게 되는데….
꿈은 꾸기만 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물론 꿈을 쉽게 이루는 사람도 간혹 있긴 하지만 주변 환경이 여의치 않을 땐 그 ‘조건’이라는 벽에 갇혀 말 그대로 허황된 ‘꿈’이 돼버릴 수도 있다. 그런 조건에 대응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 이가 바로 ‘빌리’다.
하지만 어느 유명인사가 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끼’와 ‘깡’ 그리고 ‘끈’이라는 요소가 뒤따라야 한다고. 빌리는 발레에 대한 천재적인 '끼‘와 이를 당당히 표출해내는 ’깡‘은 있었지만 ’끈‘이라는 요소에 있어서는 부족했다. 이 ’끈‘이라는 요소를 채워준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아버지와 윌킨슨 부인이다. 이들은 빌리를 발레리노가 되기 위한 등용문인 ’로열 발레 스쿨‘에 입학하도록 돕는다. 빌리는 이들의 도움으로 그가 그토록 바라던 세계를 목전에 두게 된다.
스토리는 이같이 잔잔하고도 감동적이다. 꿈에 대한 ‘열정’,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 스승의 ‘은혜’ 등 많은 교훈을 준다. 그러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관람 포인트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빌리’라는 작은 소년에 있다. 그의 목소리와 몸동작, 행동 하나하나에 우리는 울고 웃고 때로는 뜨거운 전율을,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얻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만의 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4차에 걸친 오디션이 1년 이상 진행됐고 이들 빌리들은 지난 3월에야 간신히 찾아졌다. 18일 출연한 이지명(13)의 연기력과 가창력, 춤실력은 가히 수준급이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발레면 발레, 탭이면 탭, 힙합이면 힙합까지…. 어린 나이지만 예술적인 재능이 극 중 ‘빌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무대 연출이며 음악,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그러나 아쉬운 게 있었다면 스토리의 결말이 미완성적이었다는 것? ‘무언가 더 보여줘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극이 끌날 때쯤 밀려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린 배우들의 입에서 조차 가끔씩 내뱉어지는 욕설은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어린 관객들도 많을텐데 혹시나 나처럼 놀라지는 않을지 걱정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모든걸 덮어두고서라도 기립박수를 치게 만든 건 바로 ‘드림발레’와 ‘앵그리 댄스’ 그리고 ‘일렉트리시티(열광)’라는 춤에 있었다.
반대하던 아버지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된 ‘드림발레’와 발레리노의 꿈이 좌절되자 빌리가 춘 ‘분노의 춤’ 그리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진 ‘열광의 춤’까지….
특히 2막 초반에 ‘백조의 호수’에 맞춰 빌리가 미래의 빌리와 파드되(2인무)를 출 땐 관객들이 연신 환호성을 터뜨렸다.
3시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빌리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나도 빌리처럼 내안의 열정을 잊지 말자’고 재차 다짐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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