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지하철과 버스 요금, 상ㆍ하수도 요금 등을 인상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내년 지하철 요금과 상ㆍ하수도 요금 인상안이 물밑에서 검토되고 있다.
송경섭 물관리기획관은 "하수도 요금 인상안에 대해 시의회 건설위원회와 상의 중이며 시기를 살펴 공식적으로 안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수도 요금은 현실화율이 48%에 불과하고 전체 65%를 차지하는 가정집은 t당 160원으로 원가(596원)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점진적으로 현실화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시민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와 같은 의견을 밝히며 요금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측의 하수도요금 인상 검토에 대해 시의회에서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강감찬 시의회 건설위원장은 "하수도 요금이 오른 지 5년이 지났고 외국보다 저렴한 편이며 빗물펌프장 등 기반시설을 갖출 재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안을 들고오면 긍정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도 상수도 요금을 내년에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정관 상수도사업본부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그동안 물가 상승률과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투자 수요 등을 감안하면 현 상태로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며 "다만 공감대를 형성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도 이어지고 있어 시가 곤혹스럽다.
최웅식 시의회 교통위원장은 "지하철, 버스, 마을버스 업체 등이 계속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경기도가 내년에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기춘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대중교통 요금은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다 함께 맞물려 움직여야 한다"며 "시의회와 사전 조율을 충분히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시측이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은 사안이 워낙 민감하기 때문이다.
양극화 심화 등으로 서민경제가 여전히 어렵고 공공요금 인상이 다른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함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8월 지하철 요금을 연내 100∼200원 올리는 방안을 시의회와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오후에 장기 검토하는 사안이라고 황급히 말을 바꾼 바 있다.
공공요금 인상은 시의회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본회의에서 사전 청취안을 의결받도록 돼 있어 서울시와 시의회간의 사전 교감이 필수적이다.
시의회에서는 공공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정태 시의원은 "상수도 요금은 지난해 원가 상승률이 14.27%로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며 "시민에게 부담을 돌리지 말고 경영 합리화를 강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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