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 집하장 앞쪽 도로에서 만난 황모씨. 마늘과 양파 등을 늘어놓고 팔고 있지만 1시간째 좌판의 물건은 그대로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낮.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시장은 영하 12도의 강추위 속에 꽁꽁 얼어붙은 듯 썰렁했다.
문정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배추 좌판 앞에서 십여분을 망설였다. 이씨는 "재료값이 비싸니 식당 음식가격 맞추기도 빠듯하다"며 겨우 지갑을 열었다. 이날 이씨가 구입한 배추 4포기(10kg당 그물망)는 8000원 가량. 전월보다 무려 13% 이상 올랐다.
인근 수산시장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손님을 끄는 상인들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울리는데 반해 정작 가격을 흥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우리수산’의 김모씨는 “고등어값만 예년보다 5~8배나 올랐다”며 “서민음식인 자반도 손님들이 쉽사리 사질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좌판에서 30년째 생선을 팔아왔다는 이모씨는 “설 물가는 더 오를텐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농수산물 가격이 오른 결정적 이유는 ‘이상기온’ 탓이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의 인창수 유통정보팀 과장은 “채소류는 철저히 수급에 따라 가격대가 정해지는데 올해 이상기온과 태풍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다보니 많이 비싸졌다”라고 설명했다. 고등어의 경우도 연근해 ‘저수온’ 현상으로 어획량이 줄었다.
하지만 내년에도 물가의 고공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3%대 중반. 한은은 물가가 최고 3.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4.9%나 급등해 지난 12월 이후 12개월째 연속해서 올랐다. 이와 맞물려 24일 발표된 '12월 소비자동향지수'에서는 앞으로 물가가 3% 이상 오를 것으로 보는 가구가 전체의 66.2%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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