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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서대문구 영천시장 |
지난 24일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북새통을 이뤄야할 서대문구 영천시장은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 때문인지 한적했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물가와 영천시장 안에 자리 잡은 대형 할인마트의 여파로 시장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들렸다. 난로를 쬐며 다른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벌써부터 내일 장사를 위해 가게를 정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상인 장부현(52)씨는 "올 여름 잦은 비 때문에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아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재료값이 오른데 비해 물건 값은 그대로여서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40g에 2,000원 하던 마늘은 4,500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여기에 콩이나 팥 등 일부 곡물이 올해 50% 가까이 오르면서 두부 한 모가 2,500원이나 했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6)씨는 "고등어는 가을 한 철에 잡아 1년 내내 파는데 올해 흉작이라 내년이 되면 더 비싸질 것"이라며 "싼 거 찾으려면 수입산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내수가 살아나야 시장이 나아지는데 전혀 나아진 걸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부 손모(51)씨는 "체감물가가 작년보다 20% 정도는 상승한 거 같다"며 "작년에는 만원으로 넉넉하게 사가지고 갔는데 이제는 살게 없다"고 토로했다.
영천시장 상인들을 울상 짓게 하는 것은 물가뿐만이 아니다. 시장 안에 할인마트가 두 곳이나 들어선 후 부터 손님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둘러보기만 하고 실제 구입은 마트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겉보기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속은 전혀 없는 것이다.
일부 상인들은 "물가는 폭등하는데 정부에선 서민들을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가격정찰제로 재래시장 가격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가 사람들은 대형마트만 찾고 있어 재래시장은 고사할 위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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