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대형로펌, 부당거래 오명 벗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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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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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세 블록 떨어져 동서로 뻗은 'K 스트리트'는 미국 로비스트들의 집결지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로비회사와 각종 협회, 단체 등이 몰려 있어 거리 이름이 그 자체로 로비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오바마 정부 들어 경기위축과 로비를 제한하는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로비스트 인원이 감소하는 등 다소 위축되기는 했지만 'K 스트리트'는 여전히 미국의 정가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로비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미국에서 'K 스트리트'는 성공을 꿈꾸는 유능한 이들을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여겨진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은 물론 정관계 고위직을 지낸 관료까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이곳에 둥지를 튼다고 한다.
 
 한국에도 'K 스트리트'와 비슷한 곳이 존재한다. 바로 정부중앙청사가 위치한 종로구 세종로 뒷길이다. 이곳을 한국의 'K 스트리트'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로펌)인 '김앤장'이 자리잡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지난해 추정 매출액이 4500억원에 달하는 김앤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편법승계 사건과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굵직한 재판을 싹쓸이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김앤장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그곳에서 고문이란 직책을 갖고 일하는 전직 고위관료들 때문이다. 김앤장은 국무총리, 장관,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화려한 전력의 전직 고급관료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들이 김앤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많게는 수억원대의 대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앤장이 전직 고위관료들의 넓은 인맥을 활용해 정부 정책 등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국내 최대 로펌이 법원과 검찰이 몰려 있는 서초동 법조타운이 아닌 정부청사 인근에 자리잡은 것도 이채롭다.
 
 김앤장 말고도 많은 대형 로펌들 역시 전직 고위관료 등을 동원한 로비활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에서는 로비활동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양성화하는 방안이 추진된 적이 여러차례 있다. 하지만 입법화 과정에서 번번히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이승희 민주당 의원,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로비활동 공개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폐기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법조인들이었다고 한다.
 
 로비스트 관련법안을 준비했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변호사들이 외국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로비스트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비스트 법안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모든 음성적인 로비활동이 근절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로펌들이 '부당거래'의 본산으로 지목받는 현실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로비스트 법안 마련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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