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조원…급증한 위안화 무역결제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무역결제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7월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화 파동을 경험한 중국은 재빨리 위안화 무역결제 허용안을 가다듬어 2009년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무역결제가 허용됐던 지난 2009년 중국의 위안화 무역결제액은 36억위안이었다. 이후 작년 1분기에는 184억위안, 2분기에 303억위안, 3분기에 778억위안으로 급증했다.
반응이 좋자 지난해 12월 중국 당국은 16개 성(省)의 총 6만7359개 기업이 수출할 때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종전까지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중국의 수출기업은 365개에 불과했다. 이로써 지난 4분기에만 3798억위안이 결제대금으로 사용되며, 연간 5063억위안(한화 약 86조원)의 결제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결제 대금의 80%는 중국 내 수입업체가 해외 수출업체에 지불하는 돈이다. 전체 수입결제액의 4.65%, 수출액의 0.44%가 위안화로 거래됐다. 위안화결제 상대국은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화교경제권 아래 놓인 아시아국가들이다.
◆재부상하는 금융허브 홍콩
위안화 무역결제를 통해 수출대금을 위안화로 받은 외국인들은 향후 위안화가치 상승을 기대해 현금성으로 통화를 보유하거나, 이를 이용해 위안화 표시자산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금융시장을 완전개방하지 않고 있는 중국은 자신들의 주권 하에 있지만 본토 금융시장과는 독립적이며 국제금융센터로서 이미 자리를 잡은 홍콩을 투자처로 내세웠다.
지난해 홍콩에서는 보험과 증권 등에서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판매가 허용되었고, 일부 금융기관은 중국 채권시장 참가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딤섬본드라고 불리는 홍콩 내 위안화 채권 발행도 좀 더 쉬워졌다.
이로써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홍콩으로 몰려오고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지난 10월말 홍콩의 위안화 예금액이 9월말에 비해 678억위안(45.5%)이 늘어난 2천171억위안(37조6천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은 “지난 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외무역 결제업무의 절반이 위안화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위안화 채권 업무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국제 금융중심지로서 ‘제2의 도약’을 이룰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위안화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끌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역내 FTA 통해 중화경제권 목표
이처럼 중국의 경제력이 부상하고, 또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1월 아세안국가연합(ASEAN)과 FTA를 맺었으며 이어 6월에는 대만과 FTA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한·중 FTA를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중·일 FTA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경제공동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쥐궈위(雎國余)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겸임교수는 “한중 경제협력의 방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한중경제공동체→한중일경제공동체→동아시아경제공동체→동아시아화폐결제단위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
(아주경제 조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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