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나날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침체 현상을 보였던 일본 경제가 다시 회복세를 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이미 이번 사태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라고 선언했고, 이 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일본의 피해 상황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고, 지진 참사의 후폭풍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일본 경제의 향방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이번 사태로 불황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온 산업계도 흔들리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수위를 다퉈온 일본 기업들은 대지진의 영향으로 대거 생산을 중단한 탓에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대지진으로 도로와 전력 등 상당한 인프라가 파괴됐고 자동차와 전자 등 핵심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공급 부족으로 일본의 생산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큰 일본 경제가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 10%에 달하는 등 막대한 공공부채로 허덕이고 있기도 하다. 이번 피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대 GDP의 5%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노무라 증권은 일본 정부가 부담할 복구비용만 3~5조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은행은 일본의 지진 피해 복구에는 1995년 고베 지진 때보다 긴, 최소한 5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은 재정을 이용해 피해를 복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생산과 수출, 소비와 투자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일본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 있다.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복구비용을 지출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예정된 일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톰 번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은 소규모 경제에 비해 자연재해의 피해를 흡수하기 쉽지만 선진국인 일본은 다르다”며 “향후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지진이 일본 경제가 반등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점치고 있기도 하다.
보통 지진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한 나라의 경제는 단기적으로 후퇴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대규모 복구자금이 투입되고 복구작업이 본격화되면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니컬러스 콜래스 컨버즈엑스 수석 투자책임자는 “일반적으로 무너진 경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며, 부가 형성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5년 고베 대지진 복구 과정에서 일본 GDP는 2% 이상 늘어 났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현은 정보기술산업과 농업, 임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이 3곳이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비중은 4.0%다. 이에 미국 경제 전문 채널 MSNBC는 고베와 비교해 인구밀도나 산업 비중 등이 낮아 피해 규모가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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